물에서 시작된 모든 것:신화에서 종교로의 여정

물에서 시작된 최초의 세계관 신화

그리스 철학이 찬란한 꽃을 피우기 전, 인간의 사유는 신화라는 원초적 형태로 세계를 이해했다. 신화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세계와 생명,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 행동의 원리와 문화적 가치들이 모두 압축되어 있는 최초의 세계관이었다. 이러한 신화적 사유가 점차 체계화되고 논리적 형태를 갖추면서 철학으로 발전하게 된다.

물에서 시작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의미의 그림

1. 물을 최초로 본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

그리스 신화의 양대 축을 이루는 호메로스헤시오도스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세계의 근원을 설명했다.

세계의 근원을 밝힌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

호메로스는 모든 생성의 원인을 바다의 신 오케아노스테티스에서 찾았다. 그러니까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보는 이러한 관점은 후에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에게 직접적 영감을 주었다.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에서 카오스(혼돈)와 가이아(대지), 그리고 에로스(사랑)를 모든 존재의 시작으로 제시했다. 이는 무질서에서 질서로, 분리에서 결합으로 나아가는 우주 생성의 원리를 담고 있었다.

이러한 신화적 탐구를 통해 인간은 삶의 부질없음, 악의 근원, 책임과 죄의식, 운명과 필연, 삶과 죽음 그리고 사후 세계라는 철학적 주제들을 구체적으로 사유하기 시작했다.


2. 오르페우스교: 신화와 철학의 교차점

2.1.신비주의적 메시지

기원전 6세기경 등장한 오르페우스교는 후에 나타날 과학적 합리주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녔다. 영혼의 윤회설과 같은 심오하고 신비주의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오히려 동양 철학과 더 가까운 면모를 보였다. 이 종교 철학은 신화적 세계관을 인간의 현실에 적용한 최초의 종교 철학이었다.

2.2.디오니소스와 오르페우스

오르페우스교의 중심에는 디오니소스 신과 신적 능력을 지닌 인간 오르페우스가 있었다.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는 현실적으로는 삶 자체를 상징하는 신이었고, 오르페우스는 기독교의 예수와 유사한 구원자적 성격을 띠었다. 훗날 니체가 오르페우스를 ‘초인’의 원형으로 차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흥미롭게도 술의 신을 숭배하는 종교가 금욕을 강조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금욕과 신비주의, 영혼 숭배와 내세에 대한 동경이라는 복합적 교의를 통해, 영혼을 육체가 아닌 정신적 실체로 파악했다.

2.3.우주생성론과 윤회 사상

오르페우스교의 창세 신화는 체계적인 우주생성론을 담고 있다. 태초에 카오스(혼돈)와 이 존재했으며, 밤은 세계의 알을 낳고 이 알에서 날개 달린 에로스가 탄생한다. 에로스는 심연과 짝을 이루어 빛으로 인간을 인도하며, 하늘과 바다, 땅과 불멸의 신들이 생겨났다.

윤회와 변증법이 만나는 지점에 대해 알아보기

이들의 교리에 따르면 영혼은 불멸하며 여러 생애를 거쳐 윤회한다. 영혼은 여러 번의 삶을 통해 정화되고 궁극적으로 신과 합일할 수 있기에, 신자들은 영혼을 정화하기 위해 금욕적인 생활을 하고 특정한 의식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 동서양 문명의 공통된 기원

오르페우스교의 창세 신화는 동양의 신화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서양 신화 대부분이 ‘무(無)’에서 시작하는 구조는 중국 철학의 ‘무극(無極)’ 개념과 매우 흡사하다.

학자들이 오르페우스교의 원류를 이란 고원의 조로아스터교에서 찾는 것을 보면, 문명의 근원적 지혜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공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도 이러한 원형적 상징의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3.1.오르페우스교와 조로아스터교의 비교

조로아스터교(기원전 2천년-1천년경, 페르시아)는 예언자 조로아스터에 의해 탄생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그 조로아스터다. 이 종교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공식 종교로 발전했으며, 마니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오르페우스교윤회와 정화를 중시한다. 정화된 영혼은 궁극적으로 신과 합일하여 엘리시온(극락정토와 같은 복된 사후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정화되지 않은 영혼은 지하 세계에서 더 많은 고통과 속죄를 겪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조로아스터교최후 심판을 강조한다. 사후에 모든 영혼이 심판을 받아 그 결과에 따라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고 믿었다. 선한 삶을 산 사람은 천국에서 영원한 행복을, 악한 삶을 산 사람은 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된다고 했다. 이러한 관념은 후에 유대교와 기독교에 큰 영향을 주었다.


4. 신화에서 철학으로의 이행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신화적 원형을 공유하던 인류는, 각자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고유한 철학 체계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리스에서는 이오니아 지방이 철학의 발생지가 되었고, 여기서 밀레토스 학파피타고라스 학파가 탄생했다.


5. 물을 존재의 근원으로 본 탈레스: 철학의 아버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탈레스는 모든 존재의 근원을 에서 찾았다. 이는 호메로스의 오케아노스 신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통찰이었다. 탈레스에게 물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생명의 움직임과 변화 자체를 상징하는 원리였다.

생활에서 절대적인 물을 통해 지혜를 터득하고 알아가는 앎의 과정이 바로 형이상학이며 철학이라고 보았다. 그는 인간을 초월하는 신적 존재를 다이몬(daimon)이라 명명하고, 모든 물질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만물생명론(hylozoism)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비로소 ‘존재에 대한 인식’이라는 철학적 사유가 시작되었다.

현재까지도 우리는 죽음을 “요단강을 건넌다”고 표현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을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말한다. 물과 관련된 이러한 표현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은 인류가 얼마나 오랫동안 물을 생명과 변화의 근본 원리로 인식해왔는지를 보여준다.


6. 피타고라스: 수와 영혼의 철학

피타고라스는 모든 근원을 로 보면서도 동시에 영혼 불멸과 윤회 사상을 강조했다. 그는 오르페우스 종교의 깊은 영향을 받은 철학자로 유명하며, 이러한 그의 사상과 개념은 훗날 니체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학적 질서와 신비주의적 영성을 결합시킨 독특한 철학을 전개했다. 이들에게 수는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니라 우주의 근본 원리이자 신성한 질서의 표현이었다.


신화에서 철학 그리고 종교가 되기까지

이렇게 신화에서 철학으로의 이행은 인간 정신사의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신화적 직관에서 시작된 세계에 대한 물음이 점차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탐구로 발전하면서, 인류는 비로소 ‘지혜에 대한 사랑(philosophia)’이라는 새로운 정신적 영역을 개척하게 되었다.

철학의 근간이 되는 신화에서 생명의 근원을 물에서 찾는 경향이 있었던 것처럼,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도 모든 근본을 물에서 찾았다.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인간의 사유가 신화적 직관에서 철학적 논증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그 근본적 통찰은 계승되었던 것이다.

오르페우스교에서 시작된 영혼과 윤회에 대한 사유는 피타고라스를 거쳐 플라톤에게 이어졌고, 결국 서양 철학 전체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게 되었다. 동시에 조로아스터교의 선악 이원론과 최후 심판 사상은 서구 종교 전통의 근간이 되었다.

다음 글을 정리한 글입니다.
철학 이전의 신화와 종교에 관하여
철학 이전의 신화 개념
오르페우스교와 조로아스터교의 같거나 다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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