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한 주인공 소설 줄거리 요약과 합평

소멸한 주인공 줄거리 요약

소멸한 주인공은 미디어의 조작과 창작자와 피창조물과의 관계,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은 메타픽션 작품이다.

소멸한 주인공

1부: 상황 설정과 만남

조류 인플루엔자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방송사 시청률이 급상승하자, 신 피디는 새로운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동네 친구 지수를 통해 그의 동생 지안을 출연자로 섭외한다. 지안은 갑상샘암 수술 후 휴직 중인 간호사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 피디와 지안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한강 아파트에 살았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소원했다.

2부: 리얼리티쇼 촬영

지안은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받으며 촬영에 참여한다. 스타일리스트와 갈등을 빚으면서도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맞춰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인터뷰에서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두 명의 남성 출연자가 등장한다:

  • 한주호: 유명 재력가 자제로 소개된 엘리트 경영인 (36세)
  • 김재원: 사별한 수의사 (33세, 지안과 동갑)

촬영은 제주도에서 진행되며, 제작진은 지안과 주호가 이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지안은 점차 재원에게 호감을 느낀다. 특히 깊은 밤 풀장에서 재원과 나눈 대화가 지안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3부: 갈등과 선택의 압박

신 피디는 각본대로 지안이 주호를 선택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지안이 재원과 사귀고 싶다고 고백하자 신 피디는 완강히 거절한다. 방송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지안은 악플에 시달린다.

결국 지안은 신 피디의 강압에 못 이겨 주호를 선택한다. 그러나 여기서 충격적인 반전이 드러난다: 한주호는 가상의 인물이었고, 실제로는 모델 지망생이었다. 이는 시청률을 위한 신 피디의 조작이었다.

4부: 메타픽션적 전환과 소멸

갑자기 서사는 메타픽션으로 전환된다. 작가(화자)가 등장하여 이 모든 이야기가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임을 밝힌다.

작가는 신 피디의 요구에 따라 지안이 주호를 선택하도록 스토리를 조작했지만, 지안은 작가의 의도를 거부하고 침묵으로 저항한다. 지안은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스스로 ‘소멸’을 선택한다.

작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지안을 되살릴 수 없다. 재원, 주호, 지안이 모두 사라지고 오직 신 피디만 남는다. 신 피디도 결국 소멸하고, 작가 혼자 남아 완성되지 않은 소설을 바라보며 이야기가 끝난다.

작품 문체 분석 및 해석

소멸한 주인공은 형식 자체가 이야기를 삼켜 버리는 구조를 지닌다. 마치 쓰는 자의 손끝에서 인물이 벗어나고, 창작자는 무력해지는 기이한 도식이 만들어진다. 마지막 부분은 현실-환상-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캐릭터가 창작자에게 저항하는 서사라는 메타 서사적 특수성이 뚜렷하다.

이 작품은 내러티브의 흐름에 집중된 평이한 산문체이다. 그러나 문장 하나하나가 상황과 감정의 충실한 운반체 역할을 하고 있다. 묘사보다 리듬감 있는 진술에 집중하며 강한 시선, 판단, 시니컬한 톤이 배어 있다. 그러한 가운데 방송의 기만, 작위성, 인간 관계의 비대칭 등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자기파괴적 정서의 내면화를 추구하며 주인공의 소멸, 창작자의 무력함이 같은 무게로 진술된 특징이 있다.

작품의 주제적 핵심은 자유의지와 각본, 진정성과 기획된 서사, 창작자와 피조물의 권력구도, 현실/가상/창작의 경계 붕괴를 담고 있다. 이전 작품 노인과 독수리과 일맥상통하는 자아의 소멸, 기억 혹은 창작에 대한 회의, 해방으로서의 자기 파괴라는 테마가 반복되고 있다.

소멸한 주인공 합평 및 점수 평가

단순한 이야기 속 이야기를 넘어서, 창작 자체를 주제로 삼은 메타 픽션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지안이라는 인물의 선택과 저항은 결코 돌발적이지 않으며, 정서적 축적이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방송의 위선과 설정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녹아 있어 현실 감각이 살아 있다.

하지만 소멸을 유도하는 진짜 관계의 상징이 된 재원이 끝내 봉인되는 비극의 핵심인데 그를 더 입체적으로 구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창작자와 신 피디, 작가, 작중 작가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종합평가 78/100

이 작품은 소설이란 매체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고차원적 시도가 돋보인다. 특히 작가의 캐릭터에 대한 태도, 창작의 무기력함과 저항이란 철학적 주제를 엔터테인먼트와 현실 비판적 상황 안에 녹여낸 균형감이 뛰어나다. 창작자이 자의식과 통제를 깨뜨리는 마지막 엔딩은 실험적이면서 울림을 준다.

문체 완성도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서사 구조와 주제 의식은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단순한 드라마가 아닌 창작론으로 읽히는 강한 작품이며 독립 단편집의 중심 축으로 손색이 없다.

작가의 작품 의도

글을 쓰다 보면 의지와 상관없이 캐릭터가 움직일 때가 있다. 의도치 않은 도발을 한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면 갈 길을 잡지 못하고 멈추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는 떠오르지 않는 거다. 본래 의도와 손이 가는 방향이 다르니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거다. 소멸한 주인공도 미완의 작품에 가깝다.

뭔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가 창작자를 이겨 먹었다고 생각했고 창작자는 백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다 할 결론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퇴고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마무리를 짓고 말았다. 언젠가는 보다 그럴듯하게 마무리 되지 않을까. 소설 말미의 글은 작가의 본심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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