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얼굴이 미의 기준이 된 시대

1.한가인의 굴욕? 작은 얼굴 시대의 징조

오래 전에 한가인과 이나영이 한 행사에서 나란히 선 모습을 보고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다름아닌 둘의 얼굴 크기 차이 때문이었다. 한가인도 작지 않은 얼굴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나영과 비교했을 때 평민처럼 커 보였기 때문이다. 나름 한가인의 굴욕 사진이라면 굴욕 사진인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사람들은 작은 얼굴을 최고로 치는 경향이 있다. 보다 폭넓게는 비율을 보는 것인데 21세기에 달라진 현상이라면 현상일 거다.

작은 얼굴로 대중의 시선이 이동한 시점 한가인과 이나영의 얼굴 크기 비교

2.20세기 말 얼굴 크기가 화두에 오르다

2.1. 배병수 매니저가 남긴 말

1990년대 초반 신인 배우 최진실과 엄정화를 관리하던 당대 최고 매니저로 불리던 배병수가 인터뷰 중에 한 말이 떠오른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생각해보니 소속사 사장인지 매니저인지 하는 사람이 그렇게 신인들을 데리고 직접 인터뷰하는 것도 특이한 일이었다. 그때 매니저 배병수는 둘 사이에 자신이 앉아 거리감을 둔 것은 둘의 얼굴 차이 때문이다. 엄정화가 얼굴이 크다, 뭐 이런식의 맥락이었다. 그때도 참 별일이다 싶었다. 아무도 얼굴 크기 가지고 뭐라하는 사람이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작은 얼굴의 최진실에 비해 현저하게 컸던 엄정화 얼굴

2.2. 20세기 전형적인 미인의 기준

물론 x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학창 시절에 머리가 현저하게 큰 사람을 대갈장군, 큰바위 얼굴 이런 식으로 놀린 적은 있지만 반드시 조롱의 대상은 아니었다. 조금 멋진 사람이 있는데 얼굴이 큰 게 흠 정도로 여길 뿐이었다.

이 무렵에는 롱다리 숏다리도 미의 기준에 포함하여, 특히 롱다리로 히트친 이휘재가 개그맨임에도 여성들에게 상당한 인기가 있었다. 어쨌든 남성이 머리가 너무 크거나 다리가 너무 짧은 것이 M자 이마나 배가 나온 남성보다 더 거슬리게 여겼다. 왜냐하면 당시 중년 남성들은 모두가 대머리에 배가 나왔고 그런 류를 이성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보진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배제되니 거론할 가치가 없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트렌드가 변하는 가운데 여성들의 작은 머리도 관심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옛날 어르신들은 자녀가 머리가 너무 작거나 마르고 왜소하면 못 먹고 자란 티가 나거나 어딘가 미숙하고 부실해 보인다고 생각해서 머리가 커 보이는 걸 선호했다. 심지어 뒤통수마저 납작하고 둥그런 모양을 추구했다. 그래서 작은 얼굴이 미의 기준에 포함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시대다. 물론 동안처럼 보이는 것도 이해 불가한 미의 관점이었을테고.

2.3. 머리가 큰 엄정화

머리가 큰 엄정화와 최진실 딸이 함께 찍은 사진

여하튼, 그러고 보니 엄정화의 머리는 상당히 큰 편이다. 비율도 좋지 않고 얼굴 크기가 일반인보다도 상당히 큰 편인데도 오직 자신의 끼와 재능 그리고 다재다능한 매력으로 모든 걸 상쇄시킨 대단한 배우다. 참고로 90년대 이전에는 엄정화처럼 얼굴은 예쁘고 머리가 크며 몸매가 별로인 여성들이 파다했다.

2.4. 머리가 크다고 하는 고현정

90년대 초반 머리 크기를 직접 언급해서 화제가 된 스타도 있었다. 미스코리아 선이 된 후 드라마 출연으로 일약 스타가 된 고현정이다. 고현정도 어떤 인터뷰 중에 자신의 단점을 두고 머리가 좀 크다고 하였다.

머리가 커 보이는 고현정

당시 한국인들은 문화 예술이 미개인 수준으로 저열했기에 그녀가 머리가 크다고 말했어도 뭐라는 거야, 정도로 개의치 않았다. 고현정도 실토한 만큼 얼굴이 몸에 비해 작다고 볼 수는 없다. 신체가 워낙 마른 체형인 것을 감안해도 다른 연예인과 견주어도 작다고 볼 수 없는 얼굴이다.

3.1990년대 중후반 작은 얼굴 트렌드의 시작

그리고 비슷한 무렵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이자 MC 박소현이 등장한 이후 작은 얼굴은 대중의 관심을 급격하게 모으기 시작했다. 박소현은 유달리 작은 얼굴로 화제가 된 스타다. 발레리나 출신의 그녀는 몸매도 아름답지만 목선도 길고 밸런스가 좋아 작은 얼굴이 더 도드라지며 매력을 더했다. 그녀 얼굴을 cd크기에 비유하며 작은 얼굴 미인으로 각광을 받은 최초의 배우가 아닌가 한다.

박소현의 cd만한 작은 얼굴 비교

여자 스타들은 기본적으로 체형이 왜소해서 얼굴도 상당히 작은 편이다. 그런데 일반인에 비해 작은 것이지 자신의 체형에 비해서 작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문 편이었다.

4. 2000년대 완벽한 미인들의 작은 얼굴 시대

그런데 2000년대 접어들면서부터는 키도 크고 비율도 좋고 얼굴도 작은 완벽한 미인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얼굴이 크고 예쁜 게 이상해 보일 정도였다.

대표적으로 이나영이 그렇다. 사슴같이 맑은 생김새에 마르고 훤칠하고 얼굴이 너무 작았다. 그래서 더 근사해 보였다. 170센티도 안 되는 작은 키로 슈퍼모델 대회에 나가 수상한 한예슬도 작은 얼굴로 화제를 모았다. 인형처럼 완벽한 얼굴에 몸매 그리고 얼굴 크기까지 완벽하게 작았다.

그렇게 계보를 이어 고아라까지 왔다. 고아라도 얼굴 작은 것으로 치면 탑을 찍을 정도이다. 인형같이 완벽한 이목구비에 얼굴이 작아도 너무 작다. 비슷한 연령대의 다른 연예인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작다.

눈에 띄게 작은 얼굴 미인 이나영과 고아라

5.2020년대 작은 얼굴이 미의 기준이 된 시대

그리고 2020년대는 데뷔한 연예인 대부분 평균적으로 얼굴이 작은데다,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도 듣도 못한 아이돌 스타 출신들이 작은 얼굴로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세대 유전자 변형이라도 생긴 것인지, 어쩜 이렇게 팔다리도 길고 크고 얼굴은 작게 태어났는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6.작은 얼굴 추구 트렌드 전망과 조언

아마도 향후 작은 얼굴 트렌드는 지속될 것 같다. 얼굴이 크면 머리가 좋다느니 공부를 잘한다느니 하는 소리는 1980년대 소멸된지 오래다. 공룡이 덩치에 비해 얼굴이 작아서 소멸한 거라고도 하지만 아무리 인간 얼굴이 작더라도 거대한 공룡에 견줄 일은 아니기에 얼굴은 작게 유지해야 한다. 타고난 이목구비야 성형과 화장으로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하지만 큰 머리는 정말로 대책없다. 하지만 이 또한 다시 선호할 날이 있을 수도 있으니 너무 비관은 하지 말아야겠지?

또한, 명심할 게 있다. 얼굴이 남들보다 큰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덩치에 어울리게 작은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내 얼굴이 몸에 비해서 과도하게 커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헤어스타일은 물론 어깨도 키도 커보이게 해서 비율 조절에 신경쓴다면 충분히 작아 보이고 만족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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