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1장 태초의 우주 창조 이야기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영어 성경의 ‘heavens'(복수형)와 ‘earth'(단수형)는 다층적 우주관을 암시한다. 혼돈과 공허에서 시작해 빛과 어둠을 나누고, 궁창을 통해 물과 물을 구분하며, 마른 땅과 바다를 형성했다. 이 창조 서사는 무작위가 아닌 신의 의도적 설계를 강조한다.

1. 태초의 순간, 그 비밀스러운 시작


창세기 1장 1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라는 간결하고도 강렬한 선언으로 시작된다. 태초의 우주 창조 이야기의 선언이라고 바꿔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 짧은 구절 안에는 우주의 시작과 인류 존재의 근원에 관한 깊은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영어 성경에서 ‘heavens and earth’로 번역된 이 표현은 흥미로운 언어적 특성을 보여준다. ‘heavens’가 복수형으로 사용된 반면 ‘earth’는 단수형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이다.

창세기1장 태초의 우주 창조 이야기 지구 이미지 1

킹제임스 성경에서는 ‘heaven’이라는 단수형이 사용되기도 했으나, 현대의 ESV 번역본에서는 복수형인 ‘heavens’로 표현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번역의 문제를 넘어 우주관의 차이를 반영한다. 하늘이 단순히 우리가 올려다보는 푸른 공간이 아닌, 여러 층위의 영역을 포함하는 광대한 우주 창조 개념일 수 있다는 신학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2. 공허에서 질서로 형태없음에서 구조로


창세기 1장 2절에서 묘사되는 세계는 형태도, 질서도 없는 원초적 상태다.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를 운행하시니라”는 구절은 창조의 신비로운 시작점을 암시한다. 이는 마치 예술가가 빈 캔버스 앞에서 영감을 기다리는 순간과도 같다.

3절부터 5절에 이르는 빛의 창조는 질서 부여의 첫 단계다. 빛과 어둠의 분리, 그리고 이들에게 ‘낮’과 ‘밤’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행위는 혼돈에서 질서로 향하는 창조 서사의 핵심이다. 첫째 날의 창조는 이렇게 시간의 구조를 확립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3. 궁창, 하늘의 영역에 대한 고대인의 이해


6절에 등장하는 ‘궁창(expanse)’은 고대 히브리 우주관의 중요한 요소다. 이 용어는 영어로 ‘expanse’ 또는 ‘firmament’로 번역되며, 넓게 펼쳐진 공간을 의미한다. 여기서 창조주는 물과 물 사이에 경계를 설정하고, 궁창 위의 물과 아래의 물을 구분한다. 이는 하늘과도 구분된다.

하늘과 궁창의 차이

이는 고대 근동 지역의 우주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하늘 위에 물이 있고 이것이 비의 원천이 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궁창”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성경에서의 궁창은 오히려 웅장하고 질서 있는 천체의 영역을 가리킨다.

시궁창은 한국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속어이다. 더럽고 지저분한 오물이 고인 하수구를 의미한다. 여기서 시(屎)는 똥, 분변을 의미한다. 이것이 궁창과 결합하여 전혀 다른 의미가 되었다. 성경의 궁창은 한자도 다르기에 현재 시점에서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떤 웅덩이를 연상하면 다르게 파생되었을 뿐이지 태초는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4.육지와 바다, 지구 표면의 형성

9절과 10절에서 창조주는 하늘 아래의 물이 한 곳으로 모이게 하여 마른 땅이 드러나게 한다. 여기서 ‘earth’는 현대적 의미의 ‘지구’라기보다는 ‘마른 땅’ 또는 ‘육지’를 의미한다. ‘dry land(건조한 땅)’라는 표현이 먼저 쓰인 후에 이를 ‘earth’라고 명명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마찬가지로 ‘seas’라는 복수형은 단일한 바다가 아닌 지구상의 여러 바다들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인다. 이는 고대인들이 인식했던 지구 표면의 구조를 반영하며, 창조 과정에서 육지와 바다라는 공간적 질서가 확립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5.창조주의 시선과 창조의 관점

성경은 창조주가 어디에서, 어떤 관점으로 천지창조를 수행했는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현대 독자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제공한다. 창조주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지시했을까, 아니면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차원에서 창조의 설계도를 그렸을까? 하는 것 말이다.

이 질문은 신학적으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성경에서 묘사하는 창조주는 피조물과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다. 따라서 그가 특정한 물리적 위치에서 창조 행위를 했다고 상정하는 것 자체가 창조주의 본질에 대한 제한적 이해일 수 있다.

6.결론: 우주 창조 이야기의 현대적 해석

창세기의 천지창조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 아닌, 우주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다. 현대 과학의 우주 기원 이론과는 다른 언어와 관점을 사용하지만, 그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적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주는 무작위적 사건의 결과가 아닌, 의도와 목적을 가진 창조주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창세기의 첫 구절들을 읽으며 우리는 과학적 사실 여부를 넘어, 인류가 오랫동안 묻고 답해온 근원적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이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그리고 그 시작의 뒤에는 무엇이 있는가? 창세기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변을 제시하며,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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