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 디텍티브 시즌1 길고 밝은 어둠편|미드 리뷰

트루 디텍티브 시즌1만 강추하는 이유

트루 디텍티브는 시즌1이 시작이자 끝인 것 같습니다. 시즌2는 너무 몽환적이고 산만해서 도무지 끝까지 못 보겠고 시즌3도 무슨 치매 흑인이 나오는 것 같은데 시즌1과 구성이 비슷하면서 매력이 떨어집니다. 시즌별로 연관성은 없어서 별개로 봐도 될 것 같은데요. 시즌4는 조디 포스터가 등장하는데 재미가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극페미니스트 조디 포스터가 어떤 스토리를 만들지 조금 예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트루 디텍티브는 그냥 시즌1로 끝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가운데, 트루 디텍티브가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는 따로 있어 보입니다. 90년대에서 현재 시점을 다루면서 인종의 진화 및 다양성 그리고 남녀 역할과 인식 차 같은 것을 미묘하게 담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종적 관점에서 보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트루 디텍티브 시즌1-1은 티스토리 블로그에 이미 리뷰를 올렸었는데요. 가장 중요한 이미지를 올린 죄로 삭제 및 일주일 정지까지 먹었더라고요. 티스토리는 정령 미친 것인지 저런 질 낮은 검열 기준을 왜 하는지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선비질하는 곳이 가장 변태적인데 티스토리가 딱 그런 곳이긴 합니다. 내숭도 저런 내숭이 없는 거죠. 아무튼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하는데 구글링하면 다 나오는 그 살해 이미지는 검색에 맡기고 텍스트 서술 위주로 정리하겠습니다.

트루 디텍티브 시즌1 배경 소개

HBO의 드라마 시리즈 트루 디텍티브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 길고 밝은 어둠편 (The Long Bright Dark)은 2014년 1월 12일에 처음 방영된 작품입니다. 저는 쿠팡 플레이를 통해서 봤으니 참고하시고요. 독 캐리 조지 후쿠나가와 작가 닉 피졸라토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루이지애나 주를 배경으로, 두 형사 러스트 콜(매튜 매코너히)과 마티로 불리는 마틴 하트(우디 해럴슨)가 1995년에 발생한 의문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품을 이해하기 전에 카르코사의 주민을 읽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옐로킹과 카르코사를 오브제로 활용하여 꽤 많이 등장합니다. 거의 이 작품의 오마주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저도 읽어 보았고 리뷰를 적기도 했습니다. 관련 내용 아래 링크 걸어 둘게요. 카르코사의 주민은 짧은 단편인데 체호프 소설처럼 임팩트가 있습니다. 강한 여운이 남아 한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요. 꼭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트루 디텍티브 시즌1 사건 개요

1995년, 루이지애나의 한 들판에서 도라 랭이라는 여성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그녀는 나무에 알몸으로 묶여 있었고, 머리에는 사슴뿔로 만든 관이 씌워져 있었으며, 몸에는 기묘한 상징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범행 수법은 의식적이고 오컬트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 사건의 배후에 더 큰 음모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

내러티브 구조와 캐릭터 그리고 연출과 분위기

드라마는 1995년의 사건 조사와 2012년에 진행되는 두 형사의 인터뷰를 교차로 보여주는 비선형적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러스트 콜은 냉소적이고 철학적인 세계관을 가진 인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회의와 통찰을 드러냅니다. 본인이 실존주의라고 직접 말하기도 하죠. 반면 마티 하트는 외적으로는 성실한 미국 백인 가정의 전형적인 가장이지만, 내면에는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지닌 인물로 묘사됩니다. 일단 집밖에서는 파괴적이고 바람도 피우고 말이죠.

사건 얘기로 넘어가, 루이지애나의 습하고 음산한 풍경을 배경으로, 남부 고딕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35mm 필름으로 촬영된 영상은 현실감과 동시에 초현실적인 느낌을 전달하며, 어두운 색조와 조명이 작품의 무거운 주제를 더욱 강조합니다. 또한,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루이지애나 출신의 마티와 텍사스 출신의 미묘한 지역 부심 같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루이지애나와 텍사스와의 오랜 경쟁심이 왜 생겼나도 찾아 본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주제와 반응

트루 디텍티브 시즌1은 단순한 범죄 수사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 도덕성, 신앙과 무신론, 시간의 개념 등 깊은 철학적 주제를 탐구합니다. 특히 러스트콜의 대사는 실존주의적 사유를 반영하며, 시청자에게 존재론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부분이 너무 제 스타일이어서 트루 디텍티브 시즌1을 얼마나 꼼꼼하게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리뷰가 상당히 긴 편입니다. 트루 디텍티브 시즌1을 봤거나 보실 분들 모두에게 추천하는 리뷰입니다. 보신 분들은 공감하는 차원에서 읽어 보시고 미디어보다 텍스트로 읽는 것 좋아하시는 분들은 제 포스팅 읽으면 다 본 기분일 겁니다.

트루디텍티브 길고 밝은 어둠편 리뷰 시작

누군가 마을 교회에 불을 지른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2012년 5월 1일 마틴 형사의 진술이 시작됩니다. 머리가 벗겨진 중년 남성으로 말쑥한 정장 차림입니다. 마티입니다. 흑인 형사들이 마티에게 파트너 러스트에 대해 묻자 부모와 파트너는 고를 수가 없다며 한동안 그를 택스맨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텍사스 출신이라 그를 아는 사람이 없었고 비쩍 마르고 예민한 친구라고 합니다.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고. 마틴은 사건에 대해 얘기를 하려고 하자 형사들은 콜에 대해 더 얘기를 해달라며 이상한 사람 아니냐고 묻습니다. 마티는 그렇다며 동료 형사 러스트에 대해 이렇게 평가합니다. 색깔이 마음에 안 들면 하늘에도 시비를 거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장면이 바뀌어 러스트의 진술로 넘어갑니다. 서로에 대해, 그리고 과거 사건에 대해 말하는데 뭔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2012년의 러스트 형사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머리는 헝클어져서 뒤로 묶여있고 남방을 풀어헤치고 오른손 팔뚝에는 문신이 가득합니다. 히피처럼 보이는 모습입니다.

담배는 안 된다고 하니 까칠하게 굴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자 형사 쪽에서 머그잔을 재떨이로 밀어 넣어줍니다. 그렇게 러스트도 과거 사건을 회상합니다. 2012년 4월 26일 진술이니 마티보다 먼저 진술 했던 거네요. 그래서 형사들이 러스트가 이상한 사람 아니냐고 마티를 불러 추궁했던 것이고요.

트루 디텍티브 시즌1 러스트와 마티의 달라진 과거와 현재 모습 비교

트루 디텍티브 시즌1은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95년 1월 3일 러스트 딸이 생일날 있던 일입니다. 파트너 마티와 러스트는 사건 현장에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트와 콜은 사건 현장에서 끔찍한 시신을 보게 됩니다.

살해된 여자를 보고 하트는 사진을 찍고 콜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보통 형사들은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는데 콜은 세무사 장부처럼 큰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택스맨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콜은 늘 메모를 했다고 합니다. 사소한 단서가 사건을 풀 수도 있다면서요.

다시 현재 모습의 마티가 말하길, 권한은 부담이 될 수도 있어서 방심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아버지 같은 책임을 말하며 그걸 버거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똑똑한데 안정적인 사람은 드물다고 합니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괜찮은 편이라고 하면서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안정적인데 러스트는 달랐다고 합니다. 그가 맡은 사건 기록은 삭제돼 있고 말수도 적었지만 입을 열면  쓸데없는 말만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스마트했다고. 파트너가 된 지 2주 만에 그의 집을 봤는데 측은했다고 합니다. 

일정 나이를 먹은 남자가 혼자 사는 것은 볼썽사납다며…

다시 장면이 바뀌고 러스트는 사건 현장 관찰에 골몰합니다. 그리고 다시 러스트의 진술로 장면이 바뀝니다. 범인은 주술 범죄자라고. 주술, 집착, 상징, 환영을 살인으로 구현했다는 식의 설명을 합니다. 마티는 책에서 읽은 거냐고 묻고 러스트는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죽은 여성은 매춘부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그러자 마티는 책에서 속단하는 법도 배웠냐고 묻습니다. 러스트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얘기를 하면서 범인은 초범이 아닐 거라고 합니다. 너무 세심하다고.

그리고 마티는 언제 한번 저녁 먹으러 오라고 초대합니다. 러스트는 알았다고는 했지만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마티에게는 아내와 두 딸이 있었고 러스트에게 그날은 딸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취가 되어 꽃다발을 들고 마티의 집에 도착합니다. 겨우 끊던 술을 마신 모양입니다. 마티 입장에선 기가 막혔겠죠. 아무튼 장면이 바뀌고 이제부터가 의미가 심장합니다.

사건 현장을 떠나며 러스트의 집에 들렀던 것인지 마티는 운전을 하고 조수석에 앉은 러스트는 말합니다. 

여기 사람들은 바깥 세상이 있다는걸 모르는 것같아.

마티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안정추구형이란 걸 느낄 수 있는 것이, 그의 대답은 

세상에 험한 곳이 한 두군 데가 아니야

라고 합니다. 러스트는 매한가지라고 말하고요.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시궁창이라고 합니다.

마티는 러스트에게 기독교인이냐고 묻자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 집에 십자가는 뭐냐고 하니 그냥 일종의 명상용으로 두었다고 합니다. 마티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무슨 명상이냐고 물으니 예수의 마지막 기도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예수의 마지막 기도를 찾아보니 마지막 기도는 하나님 아버지의 영광을 구하고, 제자들과 미래의 신자들이 하나가 되며, 악에 빠지지 않고 보호 받기를 바라는 내용이네요. 그런데 러스트는 기도를 따라 하는 것은 아니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의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 같아 보입니다.

평범한 마티 입장에선 황당하겠죠. 기독교인도 아니라면서 뭘 믿고 그러냐니까 근무 시간에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걸 믿는다고 합니다. 마티는 짜증이 난 듯 너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좀 알려도, 이런 것 같습니다. 개종시키려는 것 아니니까 좀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러스트는 알았다며 자기는 현실주의라고 합니다. 철학 용어로 말하자면 비관주의자라고 합니다. 

마티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하니 러스트가 대답하길 사람이 많으면 불편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마티는 단 둘이 있어도 불편한 게 같은데? 이러니까 러스트는 마티를 한번 쳐다보더니 인간이 의식을 갖게 된 건 몹시 잘못 진화된 거라고 생각한답니다. 자기 인식이 지나치다며, 우리는 자연과 구별되는 성질을 가지게 됐다며 자연의 법칙에 의하면 우리는 존재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마티는 끔찍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하고 러스트는 말을 이어갑니다. 

우린 자아라는 환상 아래 고생하며 살아가지. 감각적 경험과 감정이 겹겹이 쌓여 각자가 고유한 자아라는 확신을 갖도록 설계돼 있지만 우린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

마티는 그런 소리 불편하다고 하지만 러스트는 말을 이어갑니다. 

인류가 할 만한 최선의 선택은 그 설계에 저항하는 거야. 번식을 멈추는 거지. 손을 잡고 멸종을 향해 걸어가는거야. 마지막 밤, 형제 자매가 함께 이 비극에서 벗어나는 거지.

마티는 어이상실한 표정으로 그럼 아침에는 왜 일어나냐고 하니까 러스트는 

증인이 돼야 하니까. 하지만 실은 그것도 설계탓 이겠지. 자살할 용기도 없고.

마티는 3개월 동안 겨우 말을 텄는데 저딴 말이나 한다고 하고 러스트는 물어봐서 대답한 거라고 하니 마티가 다시 입 좀 닥치라고 합니다. 

러스트는 잠시 멈춘 듯하더니 여기 오면 입맛이 써. 알루미늄, 재 심리 세계의 냄새를 맡는 듯하지,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티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자고 제안합니다.

잠시 머뭇거리다 러스트가 저녁에는 뭘 가져갈까 하니 와인 한 병이면 사 오면 좋지 하니 러스트는 술은 안 마신다고 합니다. 마티는 그러시겠지 라면서 집에서는 아까 같은 헛소리나 하지 말라고 하고 러스트는 당근이지 내가 미친놈인 줄 아냐고 하고 마티는 한숨을 푹 쉽니다.

다시 장면이 바뀌고 근무지가 나옵니다. 마티는 상사에게 사건 현장을 보고하고 상사는 러스트 어떠냐고 묻습니다. 마티는 똑똑해요, 냉담하고요. 붙임성이 없어요. 하지만 수사에는 재능이 있어요. 타고난 형사죠,라고 말합니다. 상사는 사건에 대해 더 파보겠냐고 하니 마티는 저 친구와 함께 해보겠다고 합니다. 문을 닫고 나오면서 상사 욕을 하고요. 이런 것을 보면 마티의 성격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앞에서는 세상 멀쩡한 사람이지만 뒤에서는 매우 과격하고 난폭한 기질이 있는 전형적인 순응형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쉽게 말해 사회 생활 잘 하는 사람인 것이죠.

러스트는 마티와 차에 타기 전 희미한 기억 속의 동네에 와 있는 기분이야. 정글뿐이었던 동네 같은데… 라고 말이 떨어지자마자, 마티는 또 헛소리 집어치우라고 하고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말라고 합니다. 러스트는 멈추지 않을 것 같네요. 마티는 어젯밤에 잠 좀 잤냐고 하니 자기는 잠을 안 자고 꿈만 꾼다고 합니다. 마티는 부글부글 눈을 부라리며 러스트를 노려보고요.

그리고 살해된 여성이 누구인지 밝히는 브리핑을 하고 자연스럽게 현재로 돌아와 마티의 근황을 묻습니다. 사업은 잘 되어가냐고 물으니 마티는 보안 회사를 하면서 탐정 일을 하는데 늘 똑같다고 합니다. 마티의 인생관이 잘 담겨진 대사입니다.

보통 은퇴하고 10년 이내에 저세상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족도 할 일이 없어서요. 그러니 은퇴해도 바쁘게 살아야 해요.

장면이 바뀌고 조수석에서 창밖의 어린 소녀를 본 후 러스트는 마티에게 질문합니다. 유령을믿어? 그러자 마티가 말합니다. 차에선 조용히 하기로 했잖아.

수사를 하러 다니며, 한 교회의 흑인 목사에게 러스트는 그림을 보여줍니다. 사건 현장에서 본 문신 모양이나 등등을, 목사는 어릴 적 고모가 악귀 쫓는 용으로 만들던 기억이 있다면서 멋진 분이었다며 주님도 믿었지만 주술도 믿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교회 다니는 분들 절 반 이상은 다 그런 것 같긴 합니다.

현재로 돌아가 러스트는 흑인 형사들에게 돈을 주면서 목요일 쉬는 날에는 정오부터 술을 마시니 맥주 6캔을 사달라고 합니다. 어이없어하는 형사는 사다 주는 데요. 아마 이런 일련의 행동들로 인해 그를 마뜩잖게 여기고 이상한 사람이라 여긴 것 같습니다. 

인종적 권력 이동의 미묘한 암시

이건 그냥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1995년 만해도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흑인 여직원이 커피 타줘? 이러면 너처럼 검고 진한 걸로, 이런 말도 아무렇지 않게 했었네요. 그리고 당시에는 흑인 동네의 흑인 목사가 등장한 것과 대조되게 2012년 시점에는 경찰에 형사들이 모두 흑인입니다. 과거 흑인 형사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었는데 말입니다.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미국 사회의 인종 권력 변화를 다소 의도적으로 반영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니까 1990년대 루이지애나는 여전히 뿌리 깊은 인종 차별과 구조적 권력이 존재했던 시기를 보여주고 있고 2010년대의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중이라서 그런지 공식적, 제도적 다문화주의가 강화되던 시기로 보입니다. 두 명의 흑인이 형사로 심문을 주도하는 장면은 권력 구조가 전복되었거나 이동했음을 시각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역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 확신을 느끼는 것이 트루 디텍티브 시즌1도 그렇지만 시즌2나 3 그리고 4로 이동하면서 줄거리의 개연성은 없지만 인종간 남녀간 권력 이동이 확연히 차이가 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드라마를 만든 본질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시 드라마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마티가 저녁 초대 에피소드를 말하는데요. 초대받으면 꽃을 사가야 한다고 어디서 읽은 건지 라며 물컵에 약을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역시 러스트와 너무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러스트는 머그잔을 재떨이 삼고, 담배를 피우고 맥주캔을 마시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초대받은 저녁 식사에 러스트는 만취해서는 꽃다발을 사가지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마티는 어이가 없어서는, 동료들과는 술 한 잔 안 마시면서 내 집에는 고주망태가 되어서 오는 거냐? 했더니 러스트는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럴 생각은 없었다고 합니다. 전에 고생한 적이 있어서 이제 술은 안 마시는데 수사를 하느라 술집에 갔는데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못 떠올렸다며.. 말합니다.

마티는 괜찮다며 커피를 마시고 말이나 섞어 보라고 합니다. 술 좀 깨라는 거죠. 러스트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마티는 괜찮다며 다음에는 제대로 해보자고 합니다. 러스트는 커피를 마시고 겨우 정신을 챙겨 식탁에 않습니다. 마티의 아내는 상냥하게 접대를 하고.

삐삐가 울려 마티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마티 아내는 사적인 질문을 합니다. 러스트는 딸이 하나 있는데 죽었다고 합니다. 이후 이혼했다고 합니다. 아내는 마티에게 러스트 잘 아느냐고 묻고. 잘 모르지만 일은 잘하고 거만하다고 합니다. 아내는 사적인 얘기 나눈 적 있느냐고 하니 저 친구랑은 말 안 섞는 게 좋다고 합니다. 

2002년 러스트와 마티는 사이가 틀어진 걸로 보입니다. 7년 동안 같이 일하다 틀어졌는데 10년 동안 연락이 없었다고 합니다. 마티는 항상 러스트를 평가할 때 훌륭한, 혹은 똑똑한 형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고 합니다. 원망하면 암 걸린다고…원망할 일이 있었다는 걸 암시하는 것 같죠?

그리고 무슨 주지사 에디 사촌인 터틀 목사가 와서 반기독교적 범죄 어쩌고저쩌고 운동을 한다고 했는지 어쨌는지 그러니까 러스트가 깊은 빡침으로 좀 건방지게 굴고, 아마 악수를 세게 한 것 같은데요. 마티는 절레절레. 마티가 상당히 사회적인 인간형인 것에 비해 러스트는 반사회적 인간 유형이라는 걸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길고 밝은 어둠

시즌 1의 에피소드 1화의 주제는 길고 밝은 어둠입니다. 좀 어려운 질문 같은데 작품의 철학과 의도가 반영되었다는 생각에 유달리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마치 뭔가를 알아내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질서와 균형 그리고 건강을 중시하는 아주 평범한 마티와 상처받고 진실을 밝히려는 비관주의적 성향, 말 그대로 비관주의로 일관하는 그런 모습이 보이는데요. 트루 디텍티브 시즌1은 모든 회차가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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