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 디텍티브 시즌1 총평


 트루 디텍티브 시즌1 총평이다. 1995년과 2012년을 오가며 루이지애나를 배경으로 두 형사가 의문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 처음에는 단순한 수사물인 줄 알았는데 철학적 깊이가 상당해서 무척 재밌게 봤다. 스토리 전개부터 영상미 내포된 의미 등 무엇하나 버릴 게 하나 없는 완벽한 드라마였다고 자평한다.

트루 디텍티브 시즌1 시청평 기본 정보

트루 디텍티브 시즌1은 종교, 특히 오컬트적인 살인 사건을 파헤치며 생기는 에피소드이다. 앞으로 시즌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근원적이면서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소제목만 봐도 분위기가 느껴진다. 1화 길고 밝은 어둠부터 시작해서 2화 헛것을 보다, 3화는 밀실. 4화는 대체 누구야, 5화는 감춰진 운명, 6화는 유령의 집이다. 7화는 당신이 떠난 후에, 8화는 형태와 공허로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사건과는 별개로 카르코사를 원형으로 삼았다. 로버트 체임버스의 황색왕 그리고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앰브로스 비어스의 카르코사의 주민을 읽어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더러 훨씬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1. 트루 디텍티브 1: 도라 랭 사건의 시작

트루 디텍티브 1화 도라 랭 사건 현장

첫 에피소드부터 강렬했다. 1995년 1월 3일, 러스트의 딸 생일날에 벌어진 사건. 도라 랭이라는 여성이 나무에 알몸으로 묶여 죽은 채 발견되는데, 머리에는 사슴뿔 관을 쓰고 몸에는 기묘한 상징들이 새겨져 있었다. 사탄의 상징이라고 보안관이 말했는데, 뭔가 의식적이고 오컬트적인 범죄라는 게 한눈에 보였다.

1.1. 매튜 맥커너히와 우디 해럴슨의 환상의 조합

매튜 맥커너히가 맡은 주인공 러스틴 콜은 정말 독특한 캐릭터다. 마약수사관 출신에 HIDTA(백악관 직속 마약통제정책실)에서 4년간 잠복근무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료들은 처음에 그를 FBI 요원으로 오해했다는데. 1993년에는 텍사스주 러벳에 있는 노스쇼어 정신병원에 넉 달간 입원한 적도 있다고 한다. 딸 소피아가 집 앞에서 세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한 이후로 아내 클레어와 사이가 안 좋아졌고 콜은 혼자 살면서 염세주의로 일관하게 된다. 존재의 근원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산 듯하다.

우디 해럴슨이 맡은 마틴 하트는 전형적인 루이지애나 출신 남부의 백인 중산층에 속한다. 보수적인 마인드에 사회성은 좋고 대인 관계는 원만하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퇴폐적인 일을 일삼는다. 바람을 피우는 것은 예사이고. 콜의 말마따나 이상한 여자만 만나고 다닌다. 그렇게 완고한 사람이지만 유독 콜에게만은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2. 콜의 환영과 철학

2화는 콜의 몽환적인 헛것의 이야기다. 현재 시점의 그는 술을 야금야금 들이키면서 말한다. 누워서 여자들을 생각한다고 – 와이프와 딸, 그리고 뭔가에 자기 이름이 적힌 것 같다고. 총알이나 도로에 박힌 못이나 자동차 아래 낀 고양이 시체 같은 것들… 그러면서 술을 마시면 가끔 그런다면서 그래서 술을 혼자 마신다고 한다.

콜을 통해 예수의 단면을 엿보게 된다. 머리 스타일도 생김새도 왠지 익숙한 예수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 그리고 그는 냉정한 냉소주의 같으면서도 이런 단면을 보면 뭔가 허상에 매료된 신비주의자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예수상은 마지막에 참으로 역설적인 모습으로 다시 구현된다.

그런 불길한 것들이 내 이름이 적힌 것 같다는 것은 모두 죽음이나 파괴를 연상케 한다. 1화에서도 그랬듯이 죽고 싶지만 자살을 할 수는 없으니까, 같은 표현이 나온다. 절망이 극에 달한 유형이다.

3. 에피소드 3-4: 수사의 진전과 철학적 대화

차 안에서 마티가 자기 엄마 얘기를 하면서 현모양처였다고 한다. 그리고 콜에게도 묻는다. 어머니는 살아 계시냐고. 콜의 대답은 “아마도”였다. 마티는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사건 수사에 소득 없는 나날이 지속되고 콜이 말하길 길 잃은 개 같은 나날이라고 표현한다. 콜과 두 딸과 아내를 품에 안으며 침대에 누워 밝게 웃는 마티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차 안에서 대화하는 둘의 모습으로 전환된다.

콜은 3년간 결혼 생활 중에 딸을 잃고 딸은 2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마티가 그것도 모르고 자신의 집에 초대한 것을 두고 내가 괜한 짓을 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우린 자아라는 환상 아래 고생하며 살아가지. 감각적 경험과 감정이 겹겹이 쌓여 각자가 고유한 자아라는 확신을 갖도록 설계돼 있지만 우린 사실 아무 것도 아니야.”

마티는 그런 소리 불편하다고 하지만 콜은 말을 이어간다.

인류가 할 만한 최선의 선택은 그 설계에 저항하는 거야. 번식을 멈추는 거지. 손을 잡고 멸종을 향해 걸어가는 거야.”

4. 종교와 권력 비판

극중에서 콜은 종교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는다. 목사는 “슬픔이 여러분을 이 상태에 가둔다고 마음은 믿음을 따르는데 그걸 못 따라간다”고 구걸을 한다. 마티가 콜에게 따진다. 인간이 신앙이 없으면 어떻게 사냐고. 살인이 난무할 거라는 등. 그러자 콜이 말한다.

지금과 똑같겠지. 대신 대놓고 살인을 하겠지.

“바르게 사는 이유가 신의 보상을 바라서라면 그 인간은 결국 쓰레기야. 그런 인간들의 본성은 까발리는 게 나아.”

극중 빌리 리 터틀로 대표되는 종교 권력이 겉으로는 신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패한 세력으로 그려진다. 터틀 재단과 관련된 학교들에서 벌어지는 아동 학대 의혹들이 계속 나온다.

콜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려고 하지만 상부의 압력으로 좌절되는 과정도 현실적이었다. 상사는 콜더러는 이제부터 의견이 있으면 속으로만 생각하라고 한다.

5. 트루 디텍티브 에피소드 5-6: 관계의 파탄과 복수

마티의 내연녀 리사가 복수를 제대로 했다. 그래서 마티와 매기는 별거에 들어가고 마티는 콜에 집에 눌러 살게 된다. 그러다가 다시 화해하고 잘 지내는가 싶었는데 마티는 또 다른 매춘부와 바람을 피우고, 매기는 복수심에 불타 술에 취한 콜을 유혹해 우렐렐레 한 후 미안하다고 사과. 깊은 빡침으로 콜은 닭 쫓듯 매기를 쫓아낸다. 이 일로 마티와 콜은 크게 싸우고 관계가 절단나게 된다.

6. 7: 재회

2012년 장면이 바뀌어 마티가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뒤에서 콜이 따라붙는다. 빵빵거리면서 마티를 부른다. 마티는 길에서 멈추고 조금 겁을 먹은 것 같기도 하다. 콜이 “마티? 롱타임”이라며 인사한다. 허름한 콜에 비해서 마티는 신수가 말쑥하다. 마티는 콜에게 어쩌다가 세월을 정통으로 처 맞았냐고 한다.

어쨌든 콜은 마티의 약점을 빌미로 미제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한다.

8: 최종 대결과 카르코사

살인자 에롤의 집에서는 손발이 묶여 죽어 있는 시체도 있었는데. 머리가 허연 것이 그의 할아버지였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문을 나서고 벽에는 카르코사 그림이 있는등 기괴하고 너저분하고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한편 콜이 동굴 같은 곳으로 들어가니 에롤이 들어오라고 하는데, 어떤 요새 같은 곳에 진입한 콜인데. 동굴 같은 곳에 갇혀 있는데 수직 하강이다. 마치 빈 우물에 갇힌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에롤이 이상한 목소리를 내면서 자기는 부끄럽지 않다고 하고 나와 같이 죽자, 사제여 이러면서 교주 같은 소리를 하고. 주변에는 기괴한 오브제가 잔뜩 널부러져 있고. 뭔가 가시덤불 같은 장치가 인상적이다. 마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상징하는 건가? 지속해서 희생당하고 부활한 예수를 벤치 마킹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듯한 신기한 공간이 등장한다. 현실적인 천장, 하늘 구멍과 가상의 구멍이 공존하는 것인데.이런 공허의 공간이 보이자마자 살인마가 급습을 한다. 그리고 두 구멍이 교차로 보여진 것은 트라우마와 기억, 그리고 죽음의 문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렇게 사투 끝에 살인마는 죽고 콜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마티도 적잖이 다쳤고.

“나는 그녀를 느꼈어. 그 안에, 나의 딸을, 그녀는 그 안에 있었어.”

여기서 그 안이란 바로 죽음과 시간, 고통의 구조이며 카르코사는 그 모든 감각의 심연을 의미했다. 콜이 죽어가고 있을 때 환영 혹은 실체를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9. 빛과 어둠의 대결

병실에 누운 러스트 콜은 상처입은 예수의 이미지 연상

수난 이후 상처입은 예수의 모습을 고대로 차용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 러스트 콜은 예수였다. 에피소드 첫 화부터 그는 십자가 얘기를 했었다. 십자가에 못박힌 구시대의 예수가 현재는 병실 침대에 누워 고뇌에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퇴원한 마티 그리고 그를 병문안 오며 며칠 있으면 퇴원 한다고 한다. 콜은 그놈을 본 적이 있다고 입을 뗀다. 1995년 펠리컨섬의 학교에서 잔디를 깎았다고. 마티가 그게 마음에 걸리냐고 하니 콜은 다 못 잡았잖아 한다. 다른 일가나 관련 인물들을 못 잡은 것에 아쉬워 했으며 다음 시리즈를 예고하는 거였다.

마티는 콜에게 담배를 선물로 주고 콜은 휠체어를 탄 채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한 순간 그 어둠 속에서 어느 정도로 내가 줄어든 건지 의식조차 없었고 희미한 인식이 있었지.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져 갔어. 그 밑에는 더 깊은 어둠이 있어. 따뜻한 물질 같았지. 느낄 수 있어. 그리고 딸애가 거기서 날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았어. 확신했지. 느낌이 왔어. 우리 아버지도 느낄 수 있었고. 난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의 일부였어. 그리고 우리 셋은 같이 희미해졌지. 놓아 버려야 했고 그렇게 했지. 어둠이 좋아. 그리고 난 사라졌어. 그런데도 느낄 수 있어. 딸의 사랑을 전보다 더욱 절실히 느꼈지. 그것밖에… 그 사랑밖에 없었어.”

그렇게 말한 후 멘탈이 무너진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다고. 마티가 엉엉 우는 그를 위로하고. 뭔가 화제를 돌리려는 듯 다른 대화를 유도한다.

자네가 한 때 별에 대한 얘기를 지어냈다고 한 적이 있지? 누워서 하늘이랑 별을 봤다고 했잖아.

“이야기는 하나뿐이야. 빛과 어둠의 대결… 한 때는 온통 어둠뿐이었지만 빛이 이기고 있었거든.”

그렇게 콜은 마티의 부축을 받고 병원을 탈출한다. 무엇보다 마지막 둘의 인성 반전이 흥미로웠다. 콜이 울고 마티가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마티가 더 듬직하게 보였던 거다. 결국, 콜을 구원한 것은 마티였다.

10. 전체적인 감상

트루 디텍티브는 단순한 수사물을 넘어서 철학적 깊이와 사회 비판을 담은 수작이다. 영상미도 뛰어났고, 두 배우의 연기도 완벽했다. 특히 매튜 맥코너히의 러스트 콜은 정말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그래서 항간에는 매튜가 다 찍은 드라마였다고도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루이지애나의 습하고 음산한 분위기, 남부 고딕의 정서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종교적 권위주의와 제도적 부패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도 좋았다.

“시간은 평평한 원”이라는 니체의 영원회귀 같은 철학적 개념부터, 실존주의적 회의까지. 엔터테인먼트와 철학을 이렇게 훌륭하게 결합시킨 경우는 드물다.

결국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 특히 마지막에 마티가 콜을 위로하는 장면에서 진정한 인간적 연대를 느낄 수 있었다. 21세기 들어 나온 TV 드라마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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