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고향은 아프리카의 대지구대(Great Rift Valley)에 있는 아파르 분지입니다. 이 지질학적 균열은 마다가스카르 건너편의 잠베지강 하구에서부터 에티오피아와 홍해를 거쳐 시리아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지각의 틈입니다. 흥미롭게도, 인류의 시작은 이 ‘틈’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마치 대지의 균열이 우리 존재의 서막을 열어준 것처럼 말이죠.
1.인류 기원의 틈:아프리카 대지구대 이야기
이 대지의 틈에서 약 450만 년 전 두 발로 걷는 라미두스 원인이 출현했고, 이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여러 원시인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1987년, 레베카 캔 교수는 약 20만 년 전 살았던 아프리카 여성의 DNA를 발견하고 그녀를 ‘미토콘드리아 이브’라 명명했습니다. 성경의 에덴동산이 어쩌면 이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수천 년간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이들이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것은 성경 속 함족의 이야기처럼 어떤 형벌 때문이 아닌, 단지 그곳에서 인류의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일 뿐입니다.
2.도구의 인간:주먹 도끼에서 스마트폰까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류와 도구의 불가분한 관계입니다. 구석기 시대의 인류는 주먹 도끼를 사용했습니다. 손에 딱 맞는 이 돌 도구는 인류가 만든 최초의 진정한 무기이자 도구였습니다. 이 단순한 도구는 음식을 얻고, 방어하고, 생존하는 데 필수적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손에는 주먹 도끼 대신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습니다. 돌과 디지털, 이 두 도구는 겉보기엔 완전히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역할을 합니다. 양쪽 모두 생존과 번영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3.디지털 틈의 시대: 스마트폰과 인간 행동
대지구대의 ‘틈’에서 시작된 인류는 이제 디지털 세계의 ‘틈’에서 새로운 진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주먹 도끼가 물리적 세계를 다루는 도구였다면, 스마트폰은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사이의 ‘틈’을 연결하는 도구입니다.
구석기 시대 인류가 주먹 도끼로 음식을 얻고, 부수고, 싸웠다면, 현대인은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정보를 얻고, 때로는 사이버 공격을 수행합니다. 도구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인간의 본질적 행동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4.도구 의존과 인간 본질의 반복
자연의 틈에서 탄생한 인류는 이제 스스로 만든 디지털 틈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지구대의 균열이 인류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듯이, 현대 기술의 균열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 존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만드는 인간’이라는 정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인류는 손에 도구를 쥐지 않고는 한시도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대지의 틈에서 나온 우리는 늘 무언가를 손에 쥐고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강렬한 기시감을 주는 사실은, 현대인이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순간의 불안감이 원시인이 주먹 도끼를 잃어버렸을 때 느꼈을 불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수만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스마트폰 시대를 사는 우리 인간은 여전히 도구에 의존하는 존재입니다.
신화는 인간이 먼지에서 왔으니 먼지로 돌아간다고 말합니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 사이,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손에 쥐고 살아갑니다. 21세기에 ‘죽음’이란 어쩌면 손에서 스마트폰을 영원히 내려놓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인류의 역사는 대지의 균열에서 시작되어 디지털 세계의 균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틈에서 태어나 틈을 만들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