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볼의 여제 안나 리 워터스 스토리

피클볼 천재 안나 리 워터스 스토리

피클볼 천재 안나 리 워터스 스토리를 전한다.

플로리다 출신의 이 소녀는 불과 12세의 나이에 프로 무대에 데뷔하며 최연소 프로 선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녀를 단순히 ‘신동’으로만 부르는 것은 이제 실례다.

그녀는 단식, 복식, 혼합 복식 모든 부문에서 랭킹 1위를 석권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밥 먹듯이 달성하는 피클볼 계의 절대 권력자 소위 신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1.피클볼 천재 안나의 꿈

피클볼 패들을 잡기 전, 그녀의 어릴 적 꿈은 프로 축구 선수였다.

실제로 그녀는 매우 수준 높은 유소년 축구 클럽에서 공격수로 활약하며 재능을 보였다.

우리가 안나의 경기에서 종종 목격하는 놀라운 풋워크와 코트 커버 능력, 그리고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민첩성은 바로 이 축구 선수 시절 다져진 피지컬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7년 허리케인 ‘어마’를 피해 펜실베이니아 할아버지 집으로 피난을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피클볼 여제가 아닌 미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 안나 리 워터스를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피클볼은 운명처럼 다가온 우연이었다.

2.왕관의 설계자, 리 워터스


안나의 엄마이자 파트너인 리 워터스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NCAA 디비전 1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다.

안나 리 워터스

대학 졸업 후 잠시 투어를 뛰기도 했지만 일찍 은퇴하고 변호사로 전업하였으며 결혼과 육아에 전념했다.

그녀는 단순히 운동 좀 했던 엄마가 아니다. 엘리트 스포츠의 생리와 승부의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다.

안나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도, 그녀를 홈스쿨링으로 전환시키며 ‘팀 워터스’를 결성한 것도 모두 그녀의 결단이었다.

리 워터스는 코트 위에서는 냉철한 파트너지만, 코트 밖에서는 딸의 식단, 스케줄, 스폰서십 계약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슈퍼 매니저다.

안나의 엄마 리 워터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대리 만족의 기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이라는 명문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냉혹한 프로 테니스의 세계에서 톱 랭커가 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과 육아를 선택하며 라켓을 내려놓아야 했다.

운동선수로서 끓어오르는 승부욕과 에너지를 미처 다 태우지 못한 채 ‘경력 단절’을 맞이했던 셈이다.

2.1. 엄마와 함께 세계 1위 안나 리 워터스

그런 그녀에게 딸 안나의 재능은 신이 주신 두 번째 기회였을 것이다.

자신이 못다 이룬 ‘세계 정복’의 꿈을 딸에게 투영하는 것은 엘리트 체육인 부모에게서 흔히 보이는 패턴이다.

하지만 리 워터스가 특별한, 혹은 무서운 점은 딸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매니저로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직접 패들을 잡고 코트로 뛰어들었다.

피클볼이라는 새로운 종목은 그녀에게 ‘선수 복귀’의 명분을 주었고, 결국 그녀는 딸과 함께 그토록 원하던 세계 랭킹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테니스 라켓으로는 이루지 못한 꿈을, 딸의 손을 잡고 피클볼 패들로 기어이 완성해 낸 것이다.

따라서 피클볼 천재 안나 리 워터스 스토리 중 안나에 대한 그녀의 헌신은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선다.

그것은 자신의 자아실현이자 멈춰버렸던 자신의 커리어를 다시 돌리는 동력이 되었다.

안나 리 워터스가 또래보다 성숙하고 때로는 지쳐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엄마의 거대한 욕망과 열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안나의 화려한 성공 신화, 그 이면에는 ‘성공하지 못한 테니스 선수’였던 엄마의 치열한 재기 드라마가 숨어있었다.

2.2. 코치와 매니저로 활약

현재 리 워터스는 현역 선수이자 안나의 헤드 코치라는 두 가지 모자를 동시에 쓰고 있다.

부상 복귀 이후 딸 안나 리 워터스는 캐서린 파렌토(Catherine Parenteau)와 복식 파트너를 이루는 경우가 많아졌고, 엄마 리 워터스는 혼합 복식에 출전하거나 딸의 벤치를 지키는 비중이 늘었다.

물론 여전히 주요 대회에는 선수로 등록하여 경기를 뛰고 있으며, 딸과 함께 이벤트 매치나 시범 경기에 나설 때는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한다.

3.로열 패밀리의 경제학

안나 리 워터스 가족


피클볼 천재 안나 리 워터스 그녀의 부모는 모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아버지 스티븐 워터스는 대학 골프 선수였다.

미국에서 골프와 테니스는 대표적인 ‘컨트리클럽 스포츠’로, 이를 대학 수준까지 했다는 것은 집안의 경제력과 문화적 자본이 상당히 뒷받침되었다는 방증이다.

안나 리 워터스가 보여주는 특유의 프레피한 감성과 코트 위에서의 매너는 이러한 집안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된 것이다.

워터스 가족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플로리다 델레이 비치(Delray Beach)로의 이주다.

원래 펜실베이니아에 연고가 있었으나, 딸의 테니스(이후 피클볼) 훈련을 위해 일 년 내내 날씨가 좋은 플로리다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델레이 비치는 부유한 은퇴자와 테니스 애호가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생활비가 만만치 않은 지역이다.

딸의 재능을 위해 어머니가 전담 코치로 붙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경제적 자유를 증명한다.

생계를 위해 운동을 하는 ‘헝그리 정신’이 아니라,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가문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로열 패밀리’의 육성 방식에 가깝다.

3.1. 안나 리 워터스의 12세에 이룬 기적

피클볼이 지금처럼 상금 규모가 크지 않았던 2019년, 12살의 나이에 프로로 전향할 수 있었던 것도 집안의 재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베팅이었다.

당장 상금을 벌지 못해도 투어 비용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안전망’이 있었기에 안나와 리 워터스 모녀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과감한 투자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피클볼 천재 안나 리 워터스 그녀는 스폰서십과 상금을 합쳐 연간 수십억 원을 벌어들이는 ‘걸어 다니는 기업’이 되었다.

부모의 경제력이 만들어준 발판 위에서, 이제는 딸이 스스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리는 완벽한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 셈이다.

물론 안나 리 워터스는 피클볼 시장이 커지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인물이기도 하다.

상금뿐만 아니라 패들텍(Paddletek), 휠라, 카바나 등 굵직한 브랜드들의 스폰서십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녀는 피클볼 선수도 ‘셀러브리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첫 번째 사례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통해 보여주는 그녀의 일상은 여느 Z세대와 다르지 않지만, 그 배경에는 세계 랭킹 1위라는 엄청난 무게감이 자리하고 있다.

4. 안나 리 워터스의 시그니처 스타일과 패션 아이콘

안나 리 워터스 패션 스타일
U by Kotex® Teams Up with #1 Pickleball Player Anna Leigh Waters to Help Smash Period Stigma in Sports


피클볼 천재 안나 리 워터스 그녀를 상징하는 비주얼 코드는 명확하다.

하늘 높이 묶어 올린 금발의 하이 포니테일, 그리고 경기 내내 흔들림 없는 아이웨어(보호안경)다.

특히 그녀는 피클볼 계에서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을 가장 뜨겁게 받는 선수 중 하나다.

파스텔 톤의 스커트와 타이트한 핏의 상의를 매치하여 10대 특유의 발랄함과 프로 선수의 기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녀가 착용하는 보호안경은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안나가 착용함으로써 하나의 ‘힙’한 액세서리가 되었다.

그녀의 스타일은 ‘피클볼 시크’가 지향하는 기능과 미학의 조화를 완벽하게 대변한다.

5.코트 위의 파괴자 안나 리 워터스


그녀의 외모가 아이돌처럼 화려하다면, 플레이 스타일은 무자비한 전사에 가깝다.

어린 시절 축구를 하며 길러진 폭발적인 풋워크와 테니스 기반의 강력한 양손 백핸드가 주무기다.

특히 베이스라인에서 상대의 발 밑을 파고드는 드라이브 샷은 남자 선수들과의 혼합 복식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파워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피클볼 천재 안나 리 워터스 그녀의 매력은 경기 중 터져 나오는 승부욕에 있다.

중요한 득점 순간마다 코트가 떠나가라 포효하는 그녀의 세리머니는 관중을 열광하게 만든다.

예쁘게만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완전히 부수고 압도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 야성미가 바로 안나 리 워터스를 ‘잇걸’로 만든 핵심이다.

안나는 키가 168cm(5피트 6인치) 정도로, 현대 스포츠, 특히 테니스 기반의 라켓 스포츠에서 결코 큰 신장이 아니다.

175cm, 180cm가 넘는 장신 선수들이 긴 팔다리를 이용해 우아하고 쉽게 꽂아 넣는 스매싱과 달리, 안나는 온몸의 근육을 비틀어 짜내는 회전력으로 파워를 만들어낸다. 이는 고비용 고효율 메커니즘이다.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코트 위에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리치가 짧기 때문에 남들이 한 발 움직일 때 두 발, 세 발을 뛰어야 공을 잡아낼 수 있다.

그녀의 시그니처인 백핸드 롤이나 강타를 자세히 보면, 임팩트 순간 발이 땅에서 떨어지거나 몸이 과도하게 꺾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부족한 피지컬 파워를 운동에너지로 보상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상대를 제압하는 ‘클래식한 챔피언’의 모습보다는,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거리의 싸움꾼’에 가깝다.

5.1. 안나의 전력투구

안나 리 워터스 전력투구

안나 리 워터스의 경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타구 시 터져 나오는 기합 소리, 즉 그런팅이다.

샤라포바를 연상시키는 이 날카로운 소음 역시 그녀의 파워 부족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여유가 있는 선수는 호흡만으로도 스윙이 가능하지만, 안나는 복근의 힘까지 끌어다 쓰기 위해 소리를 지른다.

그녀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도, 타고난 ‘통뼈’ 장사형 선수가 아니라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노력형 피지컬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력투구’ 스타일은 선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매 경기, 매 포인트마다 신체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는 방식은 관절과 근육에 엄청난 부하를 준다.

실제로 안나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무릎이나 허리에 테이핑을 하거나 아이싱을 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그녀가 지금의 활동량과 파워 중심의 스타일을 고수한다면 20대 중반 이후 급격한 기량 저하가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빨리 올 수도 있다. 피지컬 좋은 테니스 전향자들이 피클볼 기술만 익힌다면, 안나의 저 처절한 플레이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점이 올 것이다.

6.승부욕과 비매너 사이


안나 리 워터스의 경기 중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부분은 과도한 액션과 상대를 자극하는 태도다.

득점 후 상대방을 쏘아보는 강렬한 눈빛이나 코트가 떠나가라 지르는 포효는 누군가에게는 카타르시스지만, 상대 선수와 일부 관중에게는 불쾌감을 주는 비매너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패들을 집어던지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종종 포착되곤 한다.

패들 탭 논란도 있다. 경기 종료 후 네트에서 상대와 패들을 맞대며 인사하는 과정에서, 패배한 날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건성으로 패들만 툭 치고 지나가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되어 ‘스포츠맨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그녀가 아직 감정 조절에 서툰 10대이기 때문이라는 옹호론과, 챔피언으로서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비판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지점이다.

피클볼 팬들 사이에서 안나 리 워터스를 비판할 때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메디컬 타임아웃의 남용 의혹이다.

경기 흐름이 상대에게 완전히 넘어갔거나 본인이 수세에 몰렸을 때, 부상 치료를 이유로 흐름을 끊는다는 지적이다.

물론 실제 부상일 수도 있지만, 묘하게도 그녀가 타임아웃을 부르는 타이밍이 절묘할 때가 많아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피클볼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상대의 리듬을 뺏기 위한 합법적인 꼼수”라며 비꼬기도 한다.

6.1. 악바리 근성

이기기 위해서라면 규정의 허점까지 파고든다는 이미지가 그녀의 ‘악바리’ 캐릭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안나의 태도 논란은 종종 그녀의 엄마이자 파트너인 리 워터스와 묶여서 거론된다.

모녀가 팀을 이뤄 승승장구하는 것은 아름답지만, 코트 위에서 두 사람이 뿜어내는 배타적인 기운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평이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해 모녀가 함께 거칠게 항의하거나, 상대 팀을 주눅 들게 만드는 특유의 기 싸움이 “그들만의 세상에 산다”는 인상을 준다. 어린 나이부터 엄마의 보호 아래 훈련받으며 ‘2인 1조’로만 움직이다 보니, 타인과의 교류나 사회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안나 리 워터스 패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인성 논란은 안나 리 워터스라는 캐릭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이 된다.

착하고 바른 모범생 챔피언보다, 실력은 최고지만 성격은 까칠한 ‘악동 천재’가 대중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그녀가 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경기를 찾아보게 만든다.

캐서린 파렌토와 리 워터스의 관계는 단순한 동료 그 이상이었다. 리 워터스가 무릎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야 했을 때, 자신의 빈자리를 믿고 맡길 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 바로 캐서린이었다. 엄마 리 워터스에게 안나는 딸이자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프로젝트’다. 그런 딸의 파트너 자리를 넘겨주었다는 것은 캐서린을 기술적으로나 인격적으로 가족의 일원처럼 신뢰했다는 뜻이다.

안나 리 워터스와 캐서린 페렌토

캐서린 파렌토는 테니스 코치 출신답게 교과서적인 폼과 영리한 수 싸움에 능하다.

안나 리 워터스가 힘과 스피드로 코트를 찍어 누른다면, 캐서린은 정교한 샷 배치와 실수를 유발하는 플레이로 상대를 질식시킨다. 실제로 지난 시즌까지 캐서린, 안나, 리 워터스 셋은 ‘유사 가족’처럼 보일 정도로 끈끈했다.

하지만 2025년 말, 안나 리 워터스는 캐서린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이는 엄마와 딸이 내린 냉철한 비즈니스적 판단이었다. 캐서린과의 합이 나쁘진 않았지만, 더 압도적인 파괴력을 위해 ‘가족’ 같던 파트너를 내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캐서린이 꽤나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은 이들의 관계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6.2. 투 안나 체제

안나 리 워터스와 안나 브라이트

2026년부터 안나 리 워터스의 옆자리에는 안나 브라이트(Anna Bright)가 서게 되었다. 이는 피클볼 팬들이 상상만 했던 ‘꿈의 조합’이 현실이 된 사건이다.

기존 파트너 캐서린 파렌토가 차분하게 경기를 조율하는 ‘물’ 같은 존재였다면, 안나 브라이트는 안나 리 워터스만큼이나 공격적이고 파이팅이 넘치는 ‘불’ 같은 선수다. 공격력 면에서는 역대 최강의 조합이 탄생했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공격하는 것을 선호하는 알파 성향이다.

일각에서는 “공은 하나인데 공격수는 둘”이라며 동선이 겹칠 것을 우려했으나, 1월에 열린 PPA 마스터스 등 초기 대회에서 보란 듯이 우승을 휩쓸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흥미로운 점은 안나 브라이트 역시 벤치에 앉은 리 워터스의 코칭을 전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이다. 안나 브라이트는 인터뷰에서 “우리 둘 다 ‘죽여버려’ 모드로 폭주할 때가 있는데, 리 워터스가 숲을 보게 해 준다”며 그녀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즉, 엄마는 이제 두 명의 ‘맹수’를 조련하는 조련사가 된 셈이다.

결국 스타일의 변화다. 안나 리 워터스는 수비와 랠리로 버티는 기존의 피클볼 방식에서 벗어나, 압도적인 피지컬과 스피드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남자 복식 스타일의 경기를 여자 복식에서도 구현하고 싶어 했다.

그 파트너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대포알 같은 드라이브를 가진 안나 브라이트였던 것이다.

7. 안나의 로맨스

안나의 혼합 복식 파트너 벤 존스와의 관계도 궁금함이 넘친다. 하지만 벤 존스(Ben Johns)와의 관계는 한마디로 철저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으로 정의할 수 있다.

두 사람이 혼합 복식에서 보여주는 호흡은 영혼의 단짝처럼 보이지만, 코트 밖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사무적이다.

여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데, 바로 나이 차이다. 벤 존스는 1999년생, 안나 리 워터스는 2007년생으로 8살 차이가 난다.

안나 리 워터스와 벤존스

이들이 처음 팀을 결성했을 때 안나는 불과 12~13세의 어린아이였고, 벤 존스는 이미 성인이자 대학생이었다. 시작부터 이성적인 감정이 싹틀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실제로 경기 중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작전 타임을 가질 때도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보다는 건조한 신뢰만 흐를 뿐이다.

벤 존스는 사생활에서 다른 연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안나와는 코트 위에서만 만나는 직장 동료로서의 선을 완벽하게 지키고 있다.

안나 리 워터스에게 ‘가장 친한 동료’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투어 환경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프로 피클볼 선수층의 주류는 여전히 20대 중후반에서 30대다. 안나와 동갑내기이면서 동시에 톱 레벨에서 경쟁하는 ‘진정한 친구’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캐서린 파렌토나 리 워터스 같은 파트너들은 동료라기보다는 ‘이모’나 ‘선생님’뻘에 가깝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며 투어를 도는 라이프스타일 탓에, 일반적인 10대가 누리는 교우 관계는 거의 단절되어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피클볼과는 무관한 어릴 적 친구 극소수이거나, 역시나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스캔들이 날 법도 한 외모와 스타성을 가졌음에도 잡음이 없는 것은 엄마 리 워터스의 철통 보안 덕분이다.

‘팀 워터스’는 훈련, 경기, 이동, 숙박까지 모든 일정을 가족 단위로 움직인다. 외부의 남성 선수가 안나에게 사적으로 접근할 틈 자체가 없는 구조다.

이는 어린 딸을 보호하려는 엄마의 사랑인 동시에, 최고의 상품성을 가진 선수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의 전략이기도 하다. 안나 역시 인터뷰에서 “피클볼 외에는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라고 밝히며 연애나 사적인 만남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왔다.

결국 안나 리 워터스는 코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화려한 파티의 주인공이지만, 그 파티가 끝나면 곧바로 가족이라는 성 안으로 들어가는 ‘라푼젤’과 같다.

벤 존스는 그 성을 지키는 든든한 기사일 뿐, 왕자님은 아니다.

7.1. CJ 클링어

CJ 클링어(CJ Klinger)와 안나 리 워터스는 홈스쿨링 키드라는 가장 강력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둘 다 2006~2007년생 전후의 동갑내기이며, 일반적인 학교생활 대신 투어 생활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서로의 고립감과 특수한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이해관계자들이다.

안나가 엄마의 밀착 케어를 받았다면, CJ 클링어 역시 아버지 대린 클링어(Darrin Klinger)가 뒷마당에 전용 코트를 지어주고 투어를 함께 다닐 정도로 헌신적인 서포트를 받았다.

‘부모 주도형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는 점에서 둘은 만나자마자 별다른 설명 없이도 서로의 삶을 100% 공감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이 둘이 만약 커플(혹은 혼합 복식 파트너)이 된다면 완벽한 그림이 나온다.

안나 리 워터스가 코트 위에서 소리를 지르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파이어 타입이라면, CJ 클링어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겸손한 워터 타입이다.

그는 피클볼 계에서 “가장 이타적인 파트너”, “순둥이 천재”로 통한다. 안나의 강한 자존심과 승부욕을 부드럽게 받아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성격의 소유자다.

벤 존스가 안나를 ‘비즈니스적으로’ 통제한다면, CJ는 안나를 ‘감성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따뜻한 리더십을 가졌다.

하지만 현실에서 둘의 접점은 경쟁자에 머물러 있다.

안나는 벤 존스라는 거대한 산과 묶여 있고, CJ 클링어는 주로 안나 브라이트 등 다른 파트너들과 호흡을 맞춘다. 특히 대회 대진표상 안나 리 워터스 조와 CJ 클링어 조는 결승이나 준결승에서 적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안나가 CJ의 공을 강하게 스매싱 할 때, 혹은 CJ가 안나의 공격을 기가 막힌 수비로 받아낼 때 오가는 묘한 눈빛 교환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직은 ‘라이벌’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저 둘이 혼복 한번만 나와줬으면” 하는 은밀한 바람이 존재한다.

8. 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평행 이론

또한, 안나 리 워터스와 초기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안나 브라이트

두 사람 모두 10대 초반에 업계의 정점에 올랐으며, 그 성공의 배후에는 강력한 부모의 기획이 있었다.

브리트니에게 아버지가 있었다면 안나에게는 엄마 리 워터스가 있다. 이른바 맘니저 시스템이다.

안나의 모든 스케줄, 훈련, 인터뷰, 심지어 사생활까지 엄마의 관리하에 있다. 브리트니가 “나는 과보호 속에 살았다”고 고백했듯, 안나 역시 세상과 단절된 채 오직 피클볼이라는 무대 위에서만 존재한다.

그녀가 보여주는 해맑은 미소 뒤에,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억압된 자아가 자라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중은 환호하지만, 그 안의 개인은 서서히 질식해 갈 수 있다는 점이 브리트니의 비극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단정 짓기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팝 스타는 대중의 사랑과 이미지를 먹고살지만, 스포츠 선수는 ‘승리’와 ‘기록’으로 증명한다는 점이다.

브리트니는 대중의 시선에 갇혀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었지만, 안나는 코트 위에서 공을 부수듯 스매싱을 날리며 공격성을 합법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또한 브리트니의 부모는 무대 뒤에서 돈을 관리하는 관리자였지만, 리 워터스는 코트 위에서 함께 땀 흘리고 구르는 ‘전우’다. 엄마 역시 선수로서 고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착취 관계보다는 훨씬 끈끈하고 건강한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이것이 그녀를 정신적 붕괴로부터 지켜주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진짜 위기는 안나가 성인이 되어 ‘자아’를 찾기 시작할 때 찾아올 것이다. 브리트니가 “I’m Not a Girl, Not Yet a Woman”을 외치며 반항을 시작했듯, 안나 역시 20대가 되면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 할 것이다.

연애를 하고 싶거나, 혼자 여행을 가고 싶거나, 혹은 엄마가 아닌 다른 파트너와 운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 지금까지 견고했던 ‘팀 워터스’의 성벽에 균열이 갈 수 있다.

만약 엄마가 이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통제하려 든다면, 그때야말로 브리트니가 삭발을 감행했던 것과 같은 파국적인 반항이나 은퇴 선언 같은 충격적인 뉴스가 터질 수 있다.


결국 안나 리 워터스의 결말이 브리트니와 다를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아름다운 이별’에 있다. 엄마 리 워터스가 딸을 언제, 어떻게 독립시키느냐에 따라 그녀는 롱런하는 전설이 될 수도, 혹은 비운의 천재로 사라질 수도 있다.

9. 안나의 은퇴 시점

안나 리 워터스의 독주 체제는 향후 3년에서 5년, 즉 그녀가 20대 중반에 접어들 때까지는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단순히 공을 잘 치는 선수가 아니라 피클볼이라는 종목의 ‘메타’를 스스로 정의하고 진화시키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좌를 노리는 경쟁자들의 추격 또한 거세지고 있다.

안나 리 워터스는 이제 겨우 만 19세다.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가 신체적으로 가장 강력해지는 시기가 20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그녀의 전성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그녀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10대 초반부터 성인 무대에서 살아남으며 쌓은 경험치에 이제 성인의 파워까지 더해지고 있다.

테니스 베이스의 강력한 그라운드 스트로크와 피클볼 특유의 소프트 게임(딩크)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하이브리드형’ 선수는 아직 안나가 유일하다. 유일한 변수는 매너리즘과 부상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이뤘기에 오는 동기 부여 저하, 그리고 혹독한 투어 일정으로 인한 신체적 과부하가 그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적이다.

진정한 위협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 최근 잭 삭(Jack Sock), 유지니 부샤르(Eugenie Bouchard) 등 유명 테니스 선수들이 피클볼로 전향하거나 병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테니스 선수에서 피클볼 선수

테니스 전향자들은 안나 리 워터스가 가진 ‘테니스 엘리트 출신’이라는 차별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존재들이다.

지금은 안나가 피클볼 구력으로 그들을 압도하고 있지만, 그들이 피클볼의 짧은 거리감과 딩크 싸움에 적응하는 순간 안나의 독보적인 지위는 흔들릴 수 있다.


안나 리 워터스의 독주가 너무 강력해서 가려져 있을 뿐, 여제의 왕관을 노리는 10대들의 추격은 이미 시작되었다. 안나를 위협할 만한 가장 강력한 10대 대항마들을 소개한다.

9.1. 안나의 동갑내기 라이벌

안나 리 워터스에게 가장 강력한 동갑내기 라이벌이 있다면 단연 조르자 존슨(Jorja Johnson)이다.

조르자 존슨 남매

2007년생 안나보다 한 살 많은 2006년생인 그녀는 안나와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인 안티 테제다.

안나가 잘 세팅된 포니테일과 화려한 스커트를 입은 ‘공주님’ 이미지라면, 조자 존슨은 헐렁한 티셔츠에 모자를 푹 눌러쓴 ‘힙스터’ 혹은 ‘반항아’ 느낌을 풍긴다.

플레이 스타일 역시 안나가 교과서적이고 폭발적인 파워를 앞세운다면, 조자는 피클볼 천재 오빠인 JW 존슨(JW Johnson)의 피를 물려받아 변칙적이고 감각적인 손기술로 승부한다.

안나가 승부욕을 불태우며 소리를 지를 때, 조자는 껌을 씹으며 무심한 표정으로 공을 툭 쳐서 넘긴다.

이 ‘쿨’하고 여유로운 태도가 안나를 자극하는 가장 큰 무기다. 그녀는 이미 혼합 복식 등에서 안나 조를 꺾은 경험이 있는, 안나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10대 경쟁자다.

10.시대의 수혜자


냉정하게 말해 그녀는 시대를 잘 타고났다.

그녀가 등장했을 때 피클볼은 은퇴한 노인들이 즐기는 실버 스포츠였다. 무주공산인 코트에 엘리트 교육을 받은 젊은 피가 수혈되니 결과는 학살극이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빈집털이’라 폄하하지만, 그녀는 그 빈집을 화려한 궁전으로 리모델링한 장본인이다.

그녀의 등장으로 피클볼은 비로소 ‘속도’와 ‘파워’를 갖춘 스포츠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 피클볼 시장은 마치 한국의 트로트 열풍처럼 구매력 있는 중장년층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안나 리 워터스라는 젊은 아이콘을 앞세워 넥스트 NBA를 꿈꾸고 있다.

그녀는 세대 교체의 과도기를 잇는 가장 완벽한 매개체다.

2026년, 안나는 ‘가족’ 같던 파트너 캐서린 파렌토와 결별하고 자신만큼이나 공격적인 안나 브라이트의 손을 잡았다.

이는 수비와 랠리 위주의 기존 문법을 버리고, 압도적인 파워 게임으로 피클볼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선전포고다.

하지만 이 질주가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녀가 신체적 전성기가 지나는 23세 전후를 기점으로 은퇴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박수 칠 때 떠나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것. 그것이 브리트니의 비극을 피하고 전설로 남는 가장 현명한 엔딩 크레딧이 될 것이다.


승리보다 강렬한 스타일, 점수보다 짜릿한 서사. 안나 리 워터스는 단순한 선수가 아니라 피클볼이 낳은 하나의 장르다.

그녀의 전성기를 동시대에 목격한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실력, 외모, 스타성, 그리고 서사까지. 그녀는 피클볼이 낳은 최초의 슈퍼스타이자, 앞으로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봐야 할 뮤즈임이 틀림없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