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선글라스에서 2020년대 헤어롤까지: 여성 패션에 담긴 시대의 얼굴

시대에 따라 달라진 머리 위의 상징

패션은 늘 시대의 감각을 입고 등장한다. 특히 여성의 머리 위를 장식했던 ‘선글라스’와 ‘헤어롤’이라는 두 아이템은,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관과 미적 인식의 변화를 말없이 증언한다.
90년대의 성숙한 우아함과 2020년대의 개성 넘치는 실험성은, 각각 선글라스와 헤어롤이라는 상징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1. 1990년대: 머리 위의 선글라스, 세련됨의 상징

90년대는 성숙한 아름다움이 중심이었던 시기다. 당시 패션 트렌드는 단정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분위기를 강조했고,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얹는 스타일은 그 핵심이었다.
이는 단순한 실용성을 넘어서 패션 감각과 여유, 그리고 어떤 ‘사회적 격식’을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했다. 거리를 걷는 여성들 사이에서 선글라스는 일종의 ‘자기관리’이자 ‘스타일의 언어’였다.

90년대 머리 위로 선글라스 걸친 고소영과 2020년대 헤어롤을 말고 등장한 에이프릴 진솔

2. 2020년대: 헤어롤이 패션이 된 이유

시간이 흘러 2020년대, 머리 위의 아이템은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된다. 선글라스 대신 헤어롤을 말고 외출하는 여성들이 등장했다. 과거에는 “엄마가 말고 나가면 혼났던” 헤어롤이 이제는 ‘웃기지만 튀는’, 혹은 ‘일부러 그렇게 한’ 패션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유행의 변화를 넘어, 여성들의 자기표현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여성들이 ‘보이기 위한 패션’을 했다면, 이제는 ‘나이기 위한 스타일’을 선택하는 시대다.

90년대 선글라스에서 2020년대 헤어롤까지: 여성 패션에 담긴 시대의 얼굴 전도연 선글라스 하니 헤어롤 1

3. 성숙미에서 코믹미로: 패션의 가치관 전환

90년대의 패션이 고급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면, 2020년대는 의도적으로 ‘코믹한 요소’를 차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웃기기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나답게 존재하기 위한 자유’를 상징한다. 누군가에게는 ‘코미디’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가장 진지한 표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장신구 변화가 아니라, 여성 주체성의 확장을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 코드다.

4. 시대가 바꾼 아름다움의 기준

과거에는 외모를 꾸미는 행위가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한 전략’이었다면, 지금은 ‘자기만족과 주체성’이 패션의 중심이다.
비혼주의, 성평등 인식의 확산은 이제 ‘보이기 위한’ 꾸밈이 아닌 ‘나를 표현하기 위한’ 선택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사회 전체의 미의 기준이 ‘타인의 시선’에서 ‘내면의 감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5. 유행이 남기는 것: 자기표현의 언어로서 패션

누가 뭐래도 젊을 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단지 주목을 끌기 위한 유행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을 존중하고 표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패션은 시대의 언어이자 개인의 태도다. 그 언어가 누군가에게 웃음으로 비치든, 혹은 위엄으로 보이든, 중요한 건 그 선택이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기여하는가이다.

1990년대와 유행했던 머리 위로 안경 걸치기 이곳에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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