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왕 리뷰-로버트 체임버스의 저주받은 걸작

The king in yellow는 로버트 W. 체임버스의 금기된 연극과 그것이 불러온 공포의 전율에 관하여 다룬 글이다. 광기로 가는 길을 열어젖힌 저주받은 걸작이란 평이다.

1.황색왕 The king in yellow 공포 소설 배경

the king in yellow 황색왕 책 표지와 옐로킹 이미지

1895년에 출간된 로버트 W. 체임버스의 황색왕은 한국에는 2014년에 노란 옷의 왕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트루 디텍티브 미드를 보다가 황색왕이 자주 언급되고 사건의 단서가 되는 터라 연관이 있을 거라 여겨 찾아 보았다. 황색왕은 금기된 문서를 훔쳐보는 것 같은 전율을 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공포 소설을 뛰어 넘어 공포 문학사에서 에드거 포와 H.P. 러브크래프트를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포 문학의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독서라고 한다.

2. 저주 받은 연극이라는 독창적 장치와 스토리

이 책은 한 가상의 연극 황색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체임버스는 이 연극을 읽는 모든 이에게 광기와 절망을 선사하는 저주받은 텍스트로 설정했다. 일종의 메타픽션의 선구적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책 속의 책이라는 구조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도 그 위험한 텍스트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연극 황색왕에는 카실다, 카밀라 그리고 이방인이라는 세 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작가 체임버스는 연극의 내용을 직접적으로는 보여주지 않고 단편적인 시구와 대화로만 상황을 암시할 뿐이다. ‘호숫가를 따라 구름 물결이 부서지고 쌍둥이 태양이 호수 뒤로 지며 그림자는 길어진다 카코사에서..’ 등의 몽환적이고 불길한 시구들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연극에 대한 공포를 자극한다. 총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부 4편은 공포의 정수라고 불릴 만큼 압도적이다.

2.1. 평판의 수리공(the repairer of reputations)

평판의 수리공편은 미래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적 설정이 인상적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치사실이 등장하는 1920년의 뉴욕에서, 주인공 힐드레드 카스테인은 머리 부상 후 황색왕에 집착하게 되며 점점 광기에 빠져들게 된다. 이 작품은 편집증적 화자의 시선을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데 독자는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끝까지 확인할 수 없게 된다.

2.2 가면(the mask)

황색왕의 두 번째 가면 편은 파리의 루 생트세실 거리에 살고 있는 재능 있는 조각가 보리스 이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보리스는 마돈나, 큐피드 등의 작품을 완성했고 운명의 여신들을 표현한 조각상을 작업 중이다.

보리스는 특별한 화학 과정을 통해 생명체를 순수한 대리석 조각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신비한 용액을 개발한다. 그는 화가 친구 알렉에게 용액을 시연하는 데 부활절 백합과 금붕어를 아름다운 하얀 대리석 조각상으로 변화시켜 보여준다. 그리고 보리스,알렉은 제네비에브를 사랑하는데 그녀는 보리스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알렉이 보리스의 스튜디오에서 황색왕 책을 발견하게 되고 이 책이 등장하자마자 제네비에브가 갑작스런 열병에 시달리고 잠깐 깨어난 사이 알렉의 이름을 부르더니 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날 밤 알렉도 기이한 병에 걸리는데 얼굴을 부자연스럽게 창백하게 만들고.. 그런 내용인데 예술, 사랑, 기이한 과학을 다룬 꿈 같은 이야기 그리고 여기에 질투와 황색왕이라는 책 속 저주받은 연극이 섬뜩하게 엮힌 내용이다.

2.3. 용의 궁정에서(in the court of the dragon)

용의 궁정에서 편은 파리의 성 바르나베 교회에서 저녁 예배가 끝나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 서문에서 따온 시구로 시작되는데 ‘오 지옥에서 불타는 자들을 위해 마음에서 타오르는 그대여, 그 불꽃이 차례로 그대 자신을 먹어 치울 것이니…’ 화자는 오르간 음악에서 나쁜 변화, 불길한 변화’를 감지한다. 화자가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자의 악의적인 시선을 느끼고, 그에게 쫓기며 파리 거리를 도망친다. 오르간 연주자는 피로의 기색 없이 모든 곳에 나타나며 화자를 추격한다.

화자가 자신의 집인 ‘용의 궁정’에 도착했을 때 최종 대결이 벌어지고,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검은 별들과 카르코사의 환상을 보게 된다. 그러나 화자가 교회 좌석에서 깨어나며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화자는 단순한 꿈이 아닌 뭔가가 있다고 보고 자신의 몸이 교회에 있는 동안 영혼이 용의 궁정에서 사냥당했다는 초자연적 공포를 다룬 작품이다. 죄책감과 신적 심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체임버스 특유의 심리적 공포를 잘 다뤘다는 평이다.

2.4. 황색 징표(the yellow sign)

황색 징표 편은 황색왕 작품 중 백미로 꼽는다. 예술가와 모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묘지 관리인의 기괴한 모습과 황색 징표라는 신비한 상징이 등장한다. 작가는 여기서 일상적 공간에 스며드는 초자연적 공포를 탁월하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이 파트의 핵심 주제는 죽음과 처녀라는 고전적 모티브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모든 사랑은 죽음으로 끝나며 어떤 사랑도 죽음보다 강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은 비극적 공포 소설이다. 줄거리 소개는 여기까지만.

3. 체임버스 소설의 분위기와 문체 특징

체임버스의 문체는 19세기 말 상징주의와 데카당스 문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는 파리에서 미술을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시각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특히 황색이라는 색깔을 통해 불안과 광기를 상징화하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평이다.

그의 문장들은 우아하면서도 음울하며, 직접적인 공포보다는 분위기를 통한 공포를 추구한다. 이는 후에 러브크래프트가 “cosmic horror”를 발전시키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 실제로 러브크래프트는 1927년 『The King in Yellow』을 읽고 크툴루 신화에 할리 호수(Lake of Hali)와 황색 징표 등을 차용하기도 했다.

2014년 HBO 드라마 시리즈 “True Detective”에서 황색 왕(Yellow King)이 언급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기도 했다. 또한 현대 공포 소설과 게임, 영화에서 “읽으면 안 되는 책”이라는 모티프는 거의 클리셰가 되었는데, 그 원조가 바로 이 작품이다.

특히 메타픽션적 구조와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기법은 현대 공포 문학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식이 되었다. 독자가 위험한 지식에 노출된다는 설정은 정보화 시대의 불안을 반영하는 현대적 모티프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트루 디텍티브 시즌 1편 리뷰

그렇게 뛰어난 전반 4부작 이외 후반부 6편은 전반부의 강렬함을 이어가지 못한다. “이스의 아가씨(The Demoiselle d’Ys)”부터는 로맨스 소설의 성격이 강해지며, 초자연적 요소도 급격히 약화된다. 이는 체임버스가 생계를 위해 당시 인기 있던 로맨스 장르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이후 주로 로맨스 소설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가가 되었다.

이런 불균형한 구성 때문에 완전한 걸작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전반부만으로도 이 책의 문학사적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4. 황색왕 읽을 때 주의 사항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라면 몇 가지 염두에 둘 점이 있다. 우선 19세기 말의 문체라는 점에서 현대 독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우아하고 몽환적인 문체야말로 이 작품의 매력이므로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를 권한다. 또한 전반부 4편에 집중해서 읽는 것이 좋다.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작품들이므로, 만약 공포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굳이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또한, 한국어판 번역에는 여러 오류가 많이 지적되고 있어서 권장할 만한지는 의문이다. 그러니까 한글판으로는 로버트 체임버스의 진가를 알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작품 특성상 19세기 말의 몽환적인 문체를 한국어로 옮기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말이 있다.

5. 여전히 유효한 고전의 힘

황색왕은 1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체임버스는 이 작품으로 공포 문학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혔고, 후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제공했다. 비록 완벽한 작품집은 아니지만, 전반부만으로도 공포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진정한 성취는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라는 역설적 매력을 창조한 것이다. 독자는 위험을 알면서도 끝까지 읽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공포를 체험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미 체임버스의 함정에 빠져, 저주받은 연극의 관객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Have you seen the Yellow Sign?”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독자라면, 당신은 이미 카코사의 그림자 속을 걷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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