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패션 100년사 돌아보기
샤넬 패션의 100년 역사를 단순한 연대기가 아닌 각 시대의 사회적 배경과 함께 샤넬의 철학과 변화 과정을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풀어냈다.
1920년 모자 가게를 시작으로 시대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기 까지 가브리엘 샤넬이 작은 모자 가게를 열었던 1920년, 그 누구도 이 여성이 패션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삶 자체를 바꾸고자 했다. 코르셋에 갇혀 있던 여성들을 해방시키고,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의복을 통해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였다.
그러니까 오늘날 여성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지는데 크게 일조한 진정한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1.사넬 패션 혁명의 시작: 1920~1930년대

샤넬 패션 100년사 돌아보기 중 1920년대, 플래퍼 룩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그녀가 플래퍼룩의 선구자는 아니었지만 1926년 샤넬이 잡지 보그에 발표한 블랙 드레스는 20세기의 유니폼이라고 불렸다.
지금 봐도 놀랄 만큼 감각적인 이 스타일은 당시 사회의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냈다.
통큰 배기 팬츠에 린넨 소재의 탱크탑을 매치한 스타일링은 오늘날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샤넬은 승마복, 마린룩, 팬츠 재킷 같은 활동적인 스타일을 여성복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실용적이며 활동적인 옷으로 혁신을 이끌었다.
주목할 점은 샤넬이 “가난한 룩의 창시자”라고 불릴만 하다는 점이다. 물론 실제 창시자는 아니지만 그녀는 자신의 가난했던 유년 시절의 아이템을 럭셔리하게 활용하는 데 일조하였다.

성인이 되어 그녀는 부유층과 어울리며 럭셔리한 감각을 익히는데 성공했지만 그녀는 이에 더해 어린 시절 가난의 기억을 럭셔리함으로 승화한 거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샤넬의 모든 제품이 어떤 귀금속보다 비싼 값에 팔리고 있지만, 그 철학의 근간은 여전히 대중적 접근성에 있었다.
2.클래식의 완성: 1940-50년대의 황금기
1940년대에 들어서면 샤넬의 진정한 아이덴티티가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샤넬 패션 100년사 돌아보기 중,
헤어 터번에 꽃을 꽂고 다니는 스타일은 당시 멋쟁이들의 필수 아이템이었다.
지금의 헤어롤 유행보다 훨씬 세련되고 우아해 보이는 이 스타일은 샤넬만의 품격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샤넬 역사상 가장 빛나는 순간은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에 걸친 샤넬 수트의 등장이다.
이 시기의 샤넬 수트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반응을 몰고 왔다.

1950년대에 디자이너 샤넬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샤넬 라인”을 완성한다.
무릎 아래 길이의 스커트, 느슨한 허리춤, 그리고 카라에 바이어스를 덧댄 스타일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샤넬 룩”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스타일의 원형이 이때 탄생하였다.
3.세계적 아이콘으로의 도약: 1960년대
1960년대는 샤넬이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시기다.

이 시대의 결정적 순간은 미국의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샤넬 옷을 입고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재클린의 샤넬 룩은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품격과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이는 샤넬을 더욱 번창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의 샤넬 룩은 이전의 다소 벙벙한 감이 있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보다 견고하고 세련된 실루엣을 보여주었다.
깔끔하고 단아하게 정돈된 이 스타일은 여성들이 샤넬을 선호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고, 세련되면서도 과하지 않은 우아함과 실용미를 정확하게 구현해냈다.
4.코코 샤넬의 죽음 이후: 1970년대
1970년대 샤넬 패션 특징은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1971년 사망하면서 과도기에 접어든다.
노년에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던 그녀의 사망은 큰 충격을 가져왔다. 샤넬 브랜드는 클래식 코드의 계승을 위해 노력했고 기본적인 절제된 실루엣과 고급스러운 우아함은 유지했다.

70년대 패션은 전반적으로 히피룩, 디스코룩 같은 대세 속에서 샤넬은 선장이 없는 상태에서 실용적이고 간결한 디자인을 강조했다. 그러한 가운데 일상에서 편히 입을 수 있는 재킷과 스커트, 니트와 팬츠 룩이 주목받았다.
그러면서 시대와의 절충을 위한 노력을 하였고 여성 해방과 자유로운 분위기는 샤넬 스타일에도 영향을 주었다. 특유의 샤넬 라인에서 스커트 길이가 다양해지고, 팬츠 슈트가 자리 잡으며 여성의 사회 진출에 맞는 스타일로 변주되었다.
5.칼 라커펠트의 영입 이후 1980년대
샤넬 패션 100년사 돌아보기 중 코코 샤넬 사망 이후의 정체 및 침체된 분위기는 지속되어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올드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무너지나 싶었으나 패션 천재 칼 라커펠트의 영입 이후 시대 감각에 맞는 신선한 에너지를 주입하게 된다.
그리고 누가 봐도 샤넬임을 알 수 있는 확고한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한다. 이 시기부터 샤넬은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공고히 하며 명성을 유지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샤넬의 광고 컨셉은 10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여성 둘을 내세우는 것이 샤넬 광고의 가장 큰 특징이었고, 이를 다른 브랜드들이 많이 따라했을 정도다. 간혹 솔로 지면 광고도 있었지만, 여성 듀오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1983년 칼 라커펠트가 샤넬의 새로운 아티스트 디렉터로 영입되면서 그는 코코 샤넬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성공했다.
그는 전통의 재해석으로 클래식한 아이템은 바탕으로 과장된 비율, 대담한 색감, 새로운 소재로 응용하였다.
80년대 유행한 파워 드레스와 결합하였고 런웨이에서 젊고 대담한 이미지의 샤넬걸 이미지 창조에 주력했다.
그리고 샤넬의 첫 뮤즈는 프랑스 유명 귀족 출신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였다.
그녀의 밝고 대담한 이미지와 함께 칼 라커펠트는 샤넬을 부활하게 한 구원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6.슈퍼모델과의 콜라보 화려한 실험 1990년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샤넬은 전략적 변화를 꾀한다.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에서 고급스럽고 부티나는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전환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진주 목걸이에 바이어스 덧댄 의상, 그리고 가장 예쁘고 멋진 모델들로 구성된 광고는 점점 더 럭셔리한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전통을 고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략이었다.
또한, 1990년대 초반은 패션계의 화려한 전성기였다.
1991년의 샤넬 광고에는 크리스티 털링턴과 린다 에반젤리스타가 등장해 미모를 과시했고, 모든 것이 화려함으로 넘쳐났다.
현란한 개인기를 보는 것 같았던 이 시기는 샤넬의 찬란한 시절이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컬러풀함과 액세서리 소품 등으로 화려함을 과시했던 이 시기는 90년대 초반 트렌드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복고풍 열풍 속에서 샤넬, 디올, 이브 생 로랑 등이 메이저 브랜드로 활약했던 때였다.
그런데 1995년에 들어서면서 샤넬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분다.
기존의 다소 보수적이고 우아함을 지향하던 스타일을 과감히 탈피한 것이다.
느슨하던 허리춤은 노출하거나 잘록하게 감쌌고, 재킷은 짧아지고 스커트는 초미니가 되었으며, 슬릿까지 더해져 과감한 섹시함을 드러냈다.
고상함을 추구하던 샤넬이 다소 속물스럽게 변해가는 조짐이 보였다. 물론 칼 라커펠트가 자리를 잡으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1997년에는 스텔라 테넌트가 샤넬의 새로운 뮤즈가 되었다. 실제 귀족 가문 출신인 스텔라 테넌트는 중성적인 매력과 고급스러운 마스크로 샤넬의 사랑을 받았다.
그녀는 1980년대 샤넬의 뮤즈였던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와 비슷하면서도 보다 더 보이시한 매력을 풍겼다.
90년대 후반 샤넬 룩은 복고풍의 향연이었다. 길이의 다양화, 스타일의 다양화, 아이템의 다양화를 꾀했지만, 컬러는 매우 점잖고 차분한 느낌을 유지했다.
언제나 승승장구하던 샤넬의 안정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시기였다.
1999년, 세기말을 맞아 샤넬은 아시안 혼혈 모델 데본 아오키를 기용했다. 데본 아오키가 런웨이에 입고 나온 핑크색 벌룬 스커트는 셀럽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또한 세기말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해 사이버틱한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을 대거 선보였다.
실버 광택이 나는 화장이나 팬츠, 액세서리 등이 유행했지만, 실제로 일상에서 그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주로 무대나 광고에서 퍼포먼스 형태로 등장했다.
7.21세기의 새로운 도전 경험과 연출을 파는 2000년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샤넬은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사이버틱한 유행이 시들해지자 재빨리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전환을 꾀했다.
샤넬은 다채로운 컬러의 향연을 잠시 자제하고 보다 꽃다운, 꽃스럽고 화이트닝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샤넬을 상징하는 동백꽃도 여기저기 피어올랐다.
또한,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샤넬을 런웨이를 통해서 보는 것보다 셀럽이 누구냐에 따라서 빈티지도 신상이 되고 베스트셀러도 되면서 가치를 높여가기 시작하였다.
점차 미디어가 발달하고 글로벌한 시대가 오면서 샤넬의 인기는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다.
특히 2000년대를 주름잡던 빅토리아 베컴은 샤넬 룩을 재창조하며 새로운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8.또 한번의 파격 2010년대 샤넬 룩

2010년에 샤넬은 또 한 번의 파격을 보여준다. 남성용 재킷을 출시하였고 이는 샤넬이 성 평등에 일조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제 샤넬은 남녀노소 누구나 입는 브랜드로 사랑받게 되었다.
게다가 2011년의 샤넬은 파격의 파격을 더했다. 마치 좀비 패션 같은 으슬으슬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옷에 수술을 덧댄 것 같은 프린지 패션이 등장했는데, 마치 모범생이 갑자기 불량학생 코스프레를 한 것 같은 어색함을 자아냈다.
2014년에는 카라 델레빈을 새 모델로 기용하며 힙합 느낌의 과격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악동 이미지를 풍기는 이 시기의 샤넬은 화학 조미료를 팍팍 첨가한 듯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느낌을 주었다. 멀쩡한 옷에 구멍을 뚫어 파는 스타일은 호불호가 갈렸다.
2017년에는 외계인의 지령을 받은 듯한 헬멧 스타일이 등장했다. 전통과 미래의 콜라보라고 하기에는 아이템은 너무 공상적이고 의상은 너무 고전적이어서 묘한 대조를 이뤘다.
2018년에 들어서면서 샤넬은 일종의 방황을 끝내고 비로소 명품다운 룩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지속적으로 과거를 되짚어보고 과거와 비슷하면서도 업그레이드된 스타일을 추구했다.
컬러는 라이트하게 밝아지고 보다 우아하고 신선하며 세련되고 다채로워졌다.
2019년의 샤넬 룩은 순간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한국 할머니의 몸빼 스타일 같은 디자인이 등장한 것이다. 얼핏 보면 시골 할머니들이 즐겨 입는 스타일 같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웠다.
전체적으로 2010년대는 트위드의 현대적 재해석이 돋보인다. 전통적 스타일에서 벗어났고 남성에게도 입혔으며 인종의 때도 완전히 벗어났다. 그러면서 더욱 럭셔리한 이미지를 공고히 유지하려 애썼다.
9.칼 라커펠트가 사라진 2020년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패션계는 침착하고 고요하며 옛것에 충실한 분위기로 돌아갔다.
외모고 뭐고 살아만 남자는 분위기였지만, 샤넬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월함을 과시했다. 앙드레 김 패션처럼 금장 문양까지 달며 화려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칼 라커펠트가 사라지고 새로운 크리에이터 디렉터 비르지니 비아르 체제 아래서의 차별화 전략으로 보인다.
그녀는 라커펠트의 화려함을 이으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게 세련됨과 현실적 우아함을 재정의하면서 다시 자리를 잡아갔다.
10.100년을 관통한 샤넬 패션 정리
대략 100년 동안의 샤넬 룩을 살펴보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샤넬은 언제나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보면 너도나도 청바지에 샤넬 재킷을 디스플레이하고 있다. 진품은 정말로 누가 입고 다니는가 싶을 정도로 일상에서는 희귀하지만, 샤넬 스타일 재킷은 차고 넘친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청바지에도, 정장에도 잘 어울리는 샤넬 재킷은 매일 입으면 질리지만 가끔 입으면 몇 년 만에 꺼내 입어도 신선하고 멋있다.
바로 이것이 샤넬이 100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 실용성과 우아함의 완벽한 조화,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을 더욱 아름답고 자신감 있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힘. 샤넬의 전설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