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악인들

성경 속 악인들 이야기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인간의 민낯은 패배자와 악인들의 행적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성경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욕망을 위해, 때로는 비겁한 안위를 위해 신의 뜻을 등졌다. 그들의 모습은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오늘날 자본과 권력의 논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다.

다음에 나열되는 인물은 엄밀히 말하면 악인보다는 기회주의자에 가깝다.

최초의 살인자 카인

성경 속 악인들 이야기 중, 인류 최초의 살인은 거창한 이념 때문이 아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열등감 때문이었다.

카인은 억울했다. 땀 흘려 땅을 개간해 얻은 자신의 곡식보다, 유유자적 양을 친 동생 아벨의 제물이 더 인정받는 현실을 견딜 수 없었다.

“내가 더 고생했는데, 왜 그만 인정받는가?”라는 비교 의식이 발동하는 순간, 혈육은 제거해야 할 경쟁자가 되었고 삶의 터전은 도살장으로 변했다.

돌을 들어 동생을 내려친 것은 단순한 충동이 아닌 ‘인정받지 못한 자’의 뒤틀린 피해의식의 폭발이었다.

심판 앞에서도 “내 벌이 너무 무겁다”며 징징거리는 모습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보다 자신이 겪을 불이익만 계산하는 피해의식에 젖은 범죄자의 원형을 보여준다.

성경 속 악인들 이야기 이미지

1.왕조의 몰락을 베팅의 기회로 삼은 시바

다윗이 맨발로 감람산을 넘으며 도망치던 새벽, 권력의 공백은 누군가에게는 절호의 투자 타이밍이었다.

사울 가문의 종 시바는 모두가 다윗의 몰락을 보며 통곡할 때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는 나귀와 떡, 포도주를 싣고 다윗에게 달려가 거짓 충성을 맹세했다. 주인 므비보셋이 사울 왕국의 부활을 꿈꾼다며 모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검증할 겨를이 없던 다윗은 그 자리에서 므비보셋의 재산을 시바에게 넘겼다.

전쟁터의 혼란은 그에게 신분 상승의 사다리였다. 위기를 기회로 포장해 타인의 재산을 가로채는 약삭빠른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다.

2.감정 배설형 포퓰리스트 시므이

바후림 언덕에서 다윗을 향해 돌을 던진 시므이는 기회주의자라기보다 감정에 충실한 선동가였다.

그는 안전한 언덕 위에서 “피를 흘린 자여 가거라”라며 저주를 퍼부었다.

사울 가문의 몰락에 대한 억울함을 다윗이라는 표적에게 쏟아낸 것이다. 그러나 전세가 역전되자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그는 다윗이 요단강을 건너기도 전에 베냐민 사람 1,000명을 대동하고 강물에 뛰어들어 왕의 발앞에 엎드렸다.

생존 본능은 탁월했으나, 가벼운 혀와 원칙 없는 처신은 결국 훗날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밧줄이 되었다.

3.자존심이 신앙이었던 비운의 천재 아히도벨

다윗의 책사였던 아히도벨의 머리는 슈퍼컴퓨터와 같았다.

압살롬의 반란 당시 그는 다윗의 후궁을 범하게 하여 부자간의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불태우라는 정치적으로 완벽한 수를 제안했다.

그러나 후새의 어설픈 작전이 채택되자 그는 미련 없이 짐을 쌌다.

고향으로 돌아가 목을 맨 이유는 다윗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자신의 완벽한 지략이 거절당했다는, 엘리트로서 참을 수 없는 모멸감 때문이었다.

그는 실패한 킹메이커로 남느니 스스로 게임을 종료하는 길을 택했다. 그에게는 신앙보다 자신의 지적 자존심이 우위였다.

4.사랑을 은화 5,500개로 환전한 정보 브로커 데릴라

소렉 골짜기의 침실에서 데릴라는 삼손을 사랑의 대상이 아닌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보았다.

블레셋 방백들이 약속한 은 1,100개씩, 총 5,500세겔은 당시 노동자의 평생 연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그녀는 삼손의 무릎을 베고 달콤한 목소리로 힘의 비밀을 캐냈다.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순간, 그녀의 눈에는 무력해진 연인이 아닌 입금될 은화의 산더미가 보였을 것이다. 그녀는 사랑과 신뢰를 현금화한, 역사상 가장 비싼 정보 브로커였다.

5.스승의 청렴을 기회비용으로 여긴 게하시

엘리사 선지자의 비서 게하시에게 스승의 청렴은 이해할 수 없는 손해였다.

나병을 고쳐준 대가로 사례를 거절한 엘리사를 보며 그는 “이방인에게 돈을 받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라고 생각했다.

스승 몰래 나아만 장군을 뒤쫓아가 거짓말로 은과 옷을 챙긴 그는 욕망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네 마음이 어디 갔는지 내가 몰랐을 줄 아느냐”는 엘리사의 일갈과 함께, 그는 재물 대신 나아만의 나병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공적인 사명을 사적인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은 공직자의 타락한 말로다.

6.입금되어야 예언하는 종교 컨설턴트 발람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주술사 발람은 겉으로는 신의 뜻을 따르는 척했지만, 속내는 더 많은 복채를 향해 있었다.

신이 가지 말라고 했음에도 왕이 보낸 고관들과 재물을 보자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축복의 예언을 쏟아내면서도 돌아가는 길에 치명적인 팁을 남겼다. “칼로는 이스라엘을 이길 수 없으니 미인계를 써서 타락하게 만들라.” 신의 뜻을 알면서도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우회로를 팔아먹은 그는 영적인 권위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종교 컨설턴트였다.

7.진실보다 연금이 중요했던 관료 본디오 빌라도

로마의 엘리트 관료 빌라도는 예수가 죄가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이 재판이 종교 지도자들의 시기심에서 비롯된 것임도 간파했다. 그러나 밖에서는 폭동의 기운이 감돌았고, 황제의 충신이 아니라는 정치적 협박이 들어오자 그는 무너졌다.

정의로운 판사가 되어 파면당하느니, 비겁한 총독이 되어 자리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대야에 손을 씻는 행위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관료주의의 상징적인 퍼포먼스가 되었다.

8.혁명의 실패를 투자금 회수로 마감한 가롯 유다

가룟 유다가 예수를 판 것은 단순한 탐욕 그 이상이었을지 모른다.

은 30개는 노예 한 사람 값에 불과했다. 어쩌면 그는 예수가 로마를 전복할 정치적 메시아가 되길 바란 급진파였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가 무기력하게 십자가의 길을 가려 하자 그는 손절을 결심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입맞춤은 존경의 표시가 아니라, 구매자에게 “이 물건이 맞다”고 확인시켜 주는 바코드 스캔과 같았다.

자신의 기대와 다른 길을 가는 스승을 팔아넘긴 행위는 실패한 투자의 본전을 건지려는 냉혹한 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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