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꿀의 땅 가나안 신화 스토리
고대 근동의 역사는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히타이트 등 거대 제국들의 충돌과 교류로 점철되어 왔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놓였음에도 가나안은 독자적인 신화 체계와 문화를 발전시킨 지역이다.
성경 속에서는 이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의 약속의 땅으로 못을 박았다.
가나안의 위치와 문명
가나안은 현재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레바논, 요르단 서부, 시리아 남부를 포함한 지역에 속한다.
동쪽의 메소포타미아와 서쪽의 이집트 사이에서 문화적 교차로 역할을 해왔다.
가나안은 도시국가 체제였으며 강대국의 정치적 압력 속에서도 고유한 언어, 신화, 종교 의례를 발전시켜나갔다.
신화의 핵심을 알려주는 자료로 기워전 13세기 전후의 점토판 문헌 라스 샴라를 참고하면 된다.

가나안 신들의 계보와 기능
가나한 신화 속 신들은 자연주기와 농경사회의 생존 논리를 반영한다.
대표적인 신으로 엘, 아세라, 바알, 야므, 모트 등이 있다. 엘(El)은 신들의 아버지이자 최고신이다. 창조와 질서의 원리를 상징하며 이름은 히브리 성경의 엘로힘과 어원을 공유한다.
아세라(Asherah)는 엘의 아내이며 대지와 다산의 여신이다. 풍요, 모성, 생명력의 원천으로 숭배 되었다. 성경에는 아세라 목상이 우상 숭배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바알(Baal)은 폭풍과 비, 번개를 다스리는 신이다. 가나안 농경 사회에서 가장 실질적이고 가까운 신으로 곡식의 성장과 직결되어 있다. 성경 속에서 극혐하는 신이 바로 바알이기도 하다.
바알은 야므와 대결하여 승리하고 폭풍과 비를 통해 생명과 풍요를 가져왔다.
그러나 죽음의 신 모트와 맞서다 죽음을 맞이하고 대지는 불모가 되었다. 여신들의 간청과 신들의 개입으로 바알은 부활하였고 다시 비와 생명을 회복시켰다.
야므(YAM)은 바다와 혼돈을 상징하는 신이다. 바알의 적대자로 등장하며 혼돈을 제압하는 질서의 신화 구조를 형성한다.
모트(MOT)는 죽음과 불모의 신이다. 건기와 흉작, 겨울의 상징으로 바알의 주기적 죽음과 부활 서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가나안 신화 의미
가나안 신화는 자연의 계절 순환, 생명과 죽음의 바복, 풍요와 불모의 교차를 상징하는 농경사회적 서사이며 메소포타미아의 두무지 신화, 그리스 데메테르 페르세포네 신화, 기독교의 부활 서사와 구조적 유사성을 보인다.
성경 속에서의 악마화
히브리 성경은 가나안 신앙을 우상 숭배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배척하였다.
특히 바알과 아세라는 이스라엘 공동체의 신앙적 정체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간주되어 윤리적.정치적 타락의 상징으로 악마화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은 가나안 신화를 차용한 흔적을 엿 볼 수 있다. 엘이라는 신은 이스라엘 하나님을 지칭하는 용어로 흡수되었고 풍요와 생명의 상징 구조는 예언서와 시편 속 비유와 은유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성경은 가나안 신화를 부정하면서도 그 언어와 상징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며 문화적 변용 및 차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가나안 신화의 영향
가나안 신화는 주변 문화와 종교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 신화는 가나안인의 후예 페니키아인이 지중해 무역을 통해 신화적 요소를 전파하였고 바알은 제우스와 야므는 포세이돈, 아세라는 가이아.레아.데메테르와 유사성을 보인다.
기독교는 바알의 죽음과 부활 신화를 예수의 부활 사건과 구조적 평행선을 이룬다.
기독교는 역사적 사건임을 강조하지만 서사의 뼈대는 농경형 부활 신화의 반복으로 볼 수 있다.
이슬람의 코란은 다신 신앙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당시 아라비아의 여성신 알라트, 알우자, 마나트 등이 아세라 대지의 여신과 유사함을 보여준다.
이는 메소포타미아-가나안-아라비아를 잇는 대지 여신 벨트의 반복된 전승을 시사한다.
가나안 신화가 덜 알려진 이유
가나안 신화가 덜 알려지 이유는 보존성이 낮아 문헌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나안 사람들은 주로 파피루스나 가죽 그리고 목재에 기록했다. 우리가 아는 가나안 신화의 대부분은 현재 시리아 라타키아 근처 라스 샴라에서 1928년에 발굴된 점토판 덕분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료의 거의 전부에 가깝다고 한다.
또한, 가나안은 독립적인 제국이 아닌 도시 국가 연맹 수준이었고 주변 나라게 흡수 및 정복 당하면서 주변 문화에 동화되었으니 원조보다 희석된 문화만 남아 있었다고 보인다.
성경의 영향도 무시 못한다.
짝퉁이 원조를 능가한 셈인데 성경에서 워낙 가나안을 적대시하고 우상 숭배와 타락으로 낙인을 찍어 놓았기에 후대 서구권 학계와 종교 문화에서는 악마화된 신앙으로만 알려졌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