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불멸의 건축가 히람 아비프 서사

불멸의 건축가 히람 아비프

1.히람 아비프의 기원과 정체

불멸의 건축가 히람 아비프(Hiram Abiff) 그는 단순한 건축 장인이 아니라, 고대의 신비적 건축술과 인간 정신의 상징으로 읽힌다.

히람 아비프는 『열왕기상』과 『역대하』에서 솔로몬 왕이 예루살렘 성전을 짓기 위해 두로(Tyre)의 왕 히람에게 보낸 사람으로 등장한다.

“히람 아비” 혹은 “히람 아비프”라 불린 그는 유대 전승에 따르면 동서양의 장인 전통을 아우르는 인물로, 구리와 금, 목재, 석재의 조화를 이해한 ‘지혜로운 건축가’로 묘사된다.

그의 어머니는 단(Dan) 지파의 여인, 아버지는 두로 사람이라 하여, 혈통부터 이미 이스라엘과 페니키아의 경계를 잇는 혼혈적 상징을 지닌다.

즉, 히람 아비프는 한 국가나 종교에 속하지 않는, ‘중간자의 장인’이었다.

히람 아비프

1.1.질서의 창조와 비밀의 부여

지혜의 왕 솔로몬은 신(GAOTU)을 위한 성전 건축이라는 지상 최대의 질서 확립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솔로몬은 모든 장인을 도제, 직인, 마스터의 세 계급으로 나누고 엄격한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그는 건축가 히람 아비프에게 신성한 진리로 통하는 ‘빛의 포탈’을 여는 궁극의 비밀 단어(암호)를 수호하는 책임을 부여한다. 이 암호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육신을 벗어나 영혼이 불멸의 지위에 도달할 자격을 상징했다.

히람은 이 암호의 유일한 열쇠지기이자, 조직 내 도덕적 완벽성의 상징이었다.

2.솔로몬의 성전과 비밀의 공예

성전 건축의 과정은 단순한 기술적 행위가 아니라, 신의 거처를 짓는 의식이었다.

히람은 그 중심에서 ‘청동 바다’와 ‘야긴과 보아스’라는 두 기둥을 세웠다.

기둥은 고대 근동에서 우주적 질서의 상징이었고,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축(軸)이었다.

히람은 그 축을 세운 자, 다시 말해 신과 인간 세계를 연결한 ‘중개자’로 전승된다.

2.1. 탐욕의 발발과 비밀 강탈 계획

성전이 거의 완성되자, 세 명의 직인들 사이에서 탐욕이 싹튼다.

그들은 정당한 수행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오직 암호를 강탈하여 마스터의 지위와 영적인 불멸을 훔치려 한다.

이들의 행동은 솔로몬이 구축한 질서와 히람이 지켜온 도덕적 원칙에 대한 배신이며, 자격 없는 자가 신성한 포탈을 무단으로 통과하려는 시도였다.

그들은 히람이 매일 정오에 기도를 마치는 순간, 성전의 세 문(西, 南, 東)에서 히람을 기다려 암호를 강제적으로 빼앗기로 계획한다.

그들은 ‘주인의 비밀’, 즉 신성한 건축의 암호를 강제로 알아내려 했으나 히람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 장면은 훗날 프리메이슨 전승에서 핵심 신화가 된다.

2.2. 세 문에서의 순교

정오의 기도가 끝난 후, 히람은 성전의 서문을 나오자마자 첫 번째 직각자를 든 일꾼과 마주친다.

히람은 “비밀은 수행을 통해 발견해야 한다”며 단호히 거절하고 직각자에 맞는다.

상처를 입고 남문으로 피하지만, 두 번째 일꾼은 일자 모양의 자로 그를 가격한다.

마지막으로 동문에서 망치를 든 세 번째 일꾼과 마주한 히람은 끝까지 서약을 지키며 암호를 발설하지 않았고,

결국 망치에 맞아 숨을 거둔다. 히람은 육신을 희생함으로써 궁극적인 비밀의 단어를 보호하는 마스터 메이슨의 서약을 완수했다.

2.3. 불멸의 원형이 되기까지

배신자들은 히람의 시신을 묻고 아카시아 가지로 표시해 두었으나, 솔로몬 왕의 추적으로 그들의 범죄는 곧 드러났다.

솔로몬은 히람의 죽음을 깊이 슬퍼하며 배신자들을 징벌하여 성전의 도덕적 질서를 회복했다.

히람의 육신이 묻힌 곳에서 발견된 아카시아는 그가 육체적 죽음(최종 포탈)을 통과했으나, 그의 영혼과 지킨 진리는 영원히 썩지 않고 부활했음을 상징하는 메이슨의 가장 신성한 표식이 되었다.

이로써 히람은 프리메이슨단에게 영원한 마스터 메이슨의 원형으로 남았으며, 그의 이야기는 모든 회원이 각자 내면에 잠든 빛의 포탈을 열기 위해 수행해야 할 영적 여정의 근원이 되었다.

3.죽음과 부활의 상징 히람 아비프

히람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은밀한 부활의 의식’으로 재해석된다.

세 명의 암살자는 인간 내면의 탐욕, 무지, 나태를 상징한다.

히람은 이들에 의해 죽지만, 그의 시신은 ‘아카시아 나무’ 아래에 묻히고, 솔로몬의 제자들이 그를 다시 일으킨다.

아카시아는 영생과 부활의 상징이기에, 히람의 부활은 단순한 육체의 회복이 아니라 ‘지식의 전승’, ‘빛의 재탄생’을 뜻한다.

그래서 프리메이슨 전통에서 히람은 ‘잃어버린 말씀(The Lost Word)’을 품은 자로 기억된다.

4.장인의 신비와 인간의 운명

불멸의 건축가 히람 아비프 이야기는 기술과 신앙, 육체와 영혼, 물질과 이상을 하나로 묶는 신화적 서사다.

그는 도면을 그리고 금속을 다루는 장인으로 살았으나, 실상은 신의 질서를 구현한 철학자였다.

그가 지은 성전은 외형의 건물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성전—즉, 자기 자신 안의 신성(神性)을 일깨우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히람은 성전의 완공과 함께 죽음으로 사라지지만, 그가 남긴 ‘공예의 정신’은 이후 인류가 진리를 탐구하는 모든 길에 스며든다.

5.불멸의 건축가

히람 아비프는 역사적 실존보다도 ‘상징적 인물’로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는 ‘빛을 향한 장인’, ‘신의 도면을 이해한 인간’으로, 육체는 죽었으나 정신은 영원히 이어지는 건축적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의 죽음과 부활은 결국 인간 존재 전체가 따라야 할 영적 공정의 은유이기도 하다.

6.히람 아비프와 예수의 병행 구조

히람 아비프와 예수의 서사는 겉으로 보면 완전히 다른 시대와 신학 체계에 속해 있다.

그러나 신비주의 전통, 특히 프리메이슨과 영지주의(Gnosis)의 시각에서 보면, 두 인물은 동일한 ‘우주적 서사 구조’를 반복하는 상징적 존재로 해석된다.

그 핵심은 죽음과 부활, 비밀의 계시, 그리고 빛의 전승이다.

히람은 성전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죽었고, 예수는 하늘의 진리를 증언하기 위해 죽었다.

둘 다 “말씀(Word)” 혹은 “로고스(Logos)”의 구현체로 간주되며, 인간이 신성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몸소 열었다는 점에서 공명한다.

7.‘잃어버린 말씀’과 ‘로고스’의 유비

프리메이슨의 상징에서 히람이 지키던 ‘잃어버린 말씀(The Lost Word)’은 창조의 근원적 언어, 즉 신의 질서와 조화를 상징한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잃어버린 원형적 진리이기도 하다.

히람은 그 말씀을 끝내 누설하지 않고 죽었으며, 그의 부활은 잃어버린 말씀의 재발견을 뜻한다.

신약성서에서 예수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으니 그 말씀이 곧 하나님과 함께 있었고, 하나님이셨다”(요한복음 1:1)로 정의된다.

여기서의 ‘말씀(Logos)’은 바로 프리메이슨의 ‘잃어버린 말씀’과 대응된다.

예수의 부활은 히람이 상징한 진리의 회복이 인류 전체 차원으로 확장된 사건이라 볼 수 있다.

8.장인의 피와 구속의 피

히람은 성전이라는 ‘외적 신전’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쳤고, 예수는 인간 영혼의 ‘내적 신전’을 완성하기 위해 피를 흘렸다.

전자가 건축의 제사장이라면, 후자는 영혼의 제사장이었다.

프리메이슨 문헌에서는 이 관계를 이렇게 요약한다.

히람은 돌과 금속의 법칙을 이해한 자, 예수는 영과 사랑의 법칙을 깨달은 자.

그러나 둘 다 “신의 도면(blueprint)”을 이해한 장인이었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인물로 융합된다.

9.성전과 몸의 은유

예수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리라”(요한복음 2:19)고 말했을 때, 그는 육체를 성전으로 비유했다.

이 말은 히람의 서사와 맞닿는다.

히람이 세운 솔로몬의 성전은 인간의 몸, 즉 영혼의 집의 상징이었다.

히람이 죽고 부활하는 과정은 인간이 자신의 내면 성전을 정화하고 재건하는 신비적 변형의 단계로 읽힌다.

따라서 예수의 부활은 히람 신화의 내면화된 완성, 곧 물질적 성전에서 영적 성전으로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10.부활의 의식과 장자의 희생

히람의 죽음 장면이 프리메이슨 의식에서 ‘입문자의 상징적 죽음’으로 재현되는 것처럼, 예수의 십자가 사건은 영혼의 변형과 구원의 통과의례로 기능한다.

두 서사 모두 물질적 존재의 죽음을 통해 영적 실재로 재탄생하는 ‘비밀 의식’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히람은 예수의 예표(prototype)이며, 예수는 히람 신화의 완전한 영적 구현이다.

11.부활하는 장인의 원형

히람 아비프와 예수는 서로 다른 신화 체계 속에서 ‘죽음으로 완성되는 건축가’의 동일한 원형을 공유한다.

히람은 신의 집을 세운 장인으로서 죽고, 예수는 인간의 마음 안에 신의 집을 세운 장인으로서 부활한다.

전자는 신비의 기초를 마련했고, 후자는 그 신비의 문을 열었다.

따라서 예수의 부활은 히람의 부활 이후 인류 전체가 ‘거대한 성전’으로 재구성되는 우주적 사건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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