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좋을 게 없는] 단편 소설 리뷰

한국 가족의 솔직한 초상, 그리고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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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알아서 좋을 게 없는 전문 보기

1.알아서 좋을 게 없는 소설 줄거리

집 정리를 하던 중 엄마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셋째 이모의 병문안을 가자는 제안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예쁜 암’이라 불리는 갑상선암으로 보험금까지 받게 된 셋째 이모의 상황을 보며 화자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만약에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도 당하지 않고 뇌종양인 것을 모른 채 지내셨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마 그랬다면 조금 더 사시다 가시지 않았을까. 그 뒤로 엄마는 병이란 미리 알아서 좋을 게 없다는 주의로 변했다.”

병원에서 만난 네 자매는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인다. 건강검진을 거부하는 엄마, 유방암 진단을 앞둔 큰이모, 끊임없이 걱정하는 막내 이모, 그리고 수술 후 불안해하는 셋째 이모. 이들의 대화 속에서 화자는 교통사고로 뇌종양을 발견하고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와 무병장수한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질병을 미리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2. 소설 리뷰

2.1.블랙 유머로 버무린 진솔한 가족 드라마

갑상선암을 ‘예쁜 암’이라 부르고, 환자가 ‘부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작가의 시선이 예리하다. 현대 사회에서 질병마저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 씁쓸한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작가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적절한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 “미간을 찌푸리는 건 누가 누구에게 물려받았는지 똑같았다”는 문장처럼 가족의 특성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하면서도 따뜻한 애정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블랙 유머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독자가 숨을 쉴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죽음과 질병이라는 무거운 소재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2.2.생생한 가족 군상극

“미간을 찌푸리는 건 누가 누구에게 물려받았는지 똑같았다”는 문장 하나로 가족의 유전적 특성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솜씨가 인상적이다.

네 자매의 캐릭터가 뚜렷하다. 검진을 거부하며 버티는 엄마, 늘 가족을 챙기던 큰이모의 불안한 모습, 신경질적인 막내 이모, 그리고 평소엔 긍정적이지만 지금은 불평이 많은 셋째 이모.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가족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여있는 모습이 현실적이다.

2.3.’윤회 토크’라는 절묘한 관찰

외할머니는 큰 병치레 없이 구십 세까지 살다 가셨다. 엄마는 외할아버지의 의지와 외할머니의 근성을 물려받았음이 틀림없다. 세상에 맞서는 태도에서는 할아버지를, 건강에 대한 무관심에서는 할머니를 닮았다.

아무튼 그런 엄마를 걱정하며 검진 운운하는 다른 자매들이 엄마에게는 같잖은 참견으로 느껴졌다는 걸 내가 모르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모들은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하는 일종의 윤회 토크를 하는 버릇이 있다. 나는 병실에서 있던 삼십 분 동안 똑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큰 이모에게선 2013년 발병된 이모의 유방암 사이즈에 관한 이야기를, 셋째 이모에게선 목이 아프다는 이야기, 막내 이모는 엄마의 검진에 관한 말, 엄마는 요즘 수술이 간단하다는 이야기. 전부다 자기 안의 세계에 빠져서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다 서로의 말 궤에 부딪혀 한 번씩 투닥거리고는 또다시 자신이 생각한 얘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작가가 명명한 ‘윤회 토크’ – 같은 말을 반복하며 서로의 말에 부딪히는 가족들의 대화 패턴에 대한 관찰이 탁월하다. 이것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서 현대 가족 내 소통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가 된다.

3.존재론적 질문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대조적인 죽음을 통해 던지는 질문이 묵직하다. 병을 미리 아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 무지가 때로는 축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병이란 미리 알아서 좋을 게 없다”는 엄마의 철학은 제목과도 맞닿아 있으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가 된다.

4.알아서 좋을 게 없는 소설 인상 깊은 포인트

현실적인 대화: 구어체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대화가 생생함을 더한다. 실제 가족 모임에서 들을 법한 이야기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미묘한 심리 묘사: 화자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 – 이모에 대한 걱정, 가족에 대한 애정, 죽음에 대한 불안 – 이 과장되지 않게 표현되어 있다.

시의성: 현대 의료 시스템과 보험 제도에 대한 냉소적 시선이 시대상을 잘 반영한다.

5.아쉬운 점

서사적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다. 관찰과 성찰에 치중되어 있어 극적인 전개나 변화가 아쉽다. 또한 마지막 대화가 다소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단조로움조차 일상의 무게감을 드러내는 장치로 읽힐 수 있다. 우리 삶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6. 단편 소설 알아서 좋을 게 없는 총평

별점: ★★★★☆ (4/5)

일상적 소재로 존재론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성숙한 작품이다. 특히 질병과 죽음을 바라보는 다층적 시각 – 경제적 계산, 의료진의 낙관, 가족의 불안 – 을 균형감 있게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 가족의 전형적인 모습을 통해 보편적 인간 조건을 탐구한 수작이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그 이야기가 여기 있다.

6.1. 추천하고픈 독자

  • 가족 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
  • 일상 속 철학적 성찰을 즐기는 독자
  • 현대 사회의 모순에 관심 있는 독자
  • 한국 리얼리즘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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