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펌이 돌아왔다. 80년대 말 거리를 가득 채웠던 풍성한 볼륨의 사자머리가 보헤미안 무드를 입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자유분방한 텍스처, 무심한 듯 살아있는 웨이브. 자칫 촌스러워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이 스타일에는 분명 이유 있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히피펌을 진짜 아름답게 만드는 건 머리카락이 아니라, 그것과 함께하는 패션 스타일링이다.
80년대부터 이어진 히피펌의 계보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풍성한 펌 헤어가 유행했다. 서양인 특유의 자연스러운 곱슬머리에서 비롯된 이 스타일은 국내에서 사자머리, 혹은 폭탄 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얇고 자연스럽게 엉키는 서양인의 모질과 달리 동양인은 인위적인 펌 기술을 통해 이 고슬고슬한 텍스처를 구현해야 했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들이 고수하던 강한 컬의 짧은 펌이 긴 머리와 만났다. 그 결과물이 오늘날 우리가 히피펌이라 부르는 스타일이다. 히피펌이라는 명칭은 국내 헤어 디자이너들에 의해 대중화된 경향이 짙다. 서양의 히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자유로운 영혼을 대변하는 헤어스타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복고에서 출발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히피펌은, 그래서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특정 라이프스타일의 언어에 가깝다.
히피펌과 보헤미안 룩의 황금 공식
히피펌은 보헤미안 무드의 히피룩과 만났을 때 가장 직관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이 조합의 핵심은 과하지 않은 통일감이다. 세트로 맞춘 상하의나 잔잔한 플로럴 패턴의 원피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히피펌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더 일상적인 접근을 원한다면 베이직한 화이트 티셔츠에 데님 팬츠를 매치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여기에 길이가 다른 네크리스를 레이어링하거나 챙이 넓은 플로피 햇을 더하면 부담 없이 히피 무드가 완성된다. 핵심은 작위적인 스타일링이 아니라 소재와 패턴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 히피펌 자체가 이미 충분한 볼륨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상은 오히려 단순하게 정리할수록 조화롭다.
셀럽들의 히피펌 스타일링 가이드
체형과 이미지가 다른 세 명의 셀럽이 히피펌을 소화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이 헤어스타일이 얼마나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김고은 — 캠퍼스 캐주얼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만화 캐릭터를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선보인 김고은의 히피펌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학생풍 캐주얼과 훌륭한 매칭을 보여줬다. 부스스하게 볼륨을 살린 히피펌에 루즈한 맨투맨, 청바지. 복잡하지 않은 조합인데도 묘하게 세련된 것은, 히피펌이 가진 태생적인 자유로움 덕분이다. 꾸미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가장 세심한 스타일링이라는 걸 김고은이 증명했다.
정려원 — 시크 데일리
히피펌을 오래전부터 시그니처 스타일로 즐겨온 정려원은 이 헤어스타일의 가장 이상적인 예시다. 어떤 옷을 입어도 특유의 세련되고 시크한 무드로 소화하는 그녀의 스타일은 마르고 긴 체형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스타일링의 정석이기도 하다. 히피펌에서 중요한 건 헤어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그것을 소화하는 사람의 자신감이라는 사실을 정려원만큼 잘 보여주는 셀럽도 드물다.
문근영 — 러블리 보헤미안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에서 문근영이 보여준 히피펌 룩은 작은 체구에도 히피펌이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오히려 사랑스러운 패턴의 의상과 매치했을 때 특유의 귀여운 매력이 극대화됐다. 체형에 대한 우려보다 스타일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먼저라는 교훈을 남긴 스타일링이다.
일상에서 히피펌 소화하는 법 — 리얼웨이
현대적인 일상에서 히피펌을 완벽하게 소화하려면 약간의 덜어냄이 필요하다. 풍성한 볼륨감이 부담스럽다면 무심한 듯 질끈 묶는 것으로 해결된다. 생머리 업스타일과는 다르게, 히피펌을 느슨하게 묶으면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는 잔머리와 볼륨감이 오히려 훨씬 관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의상은 딱 떨어지는 정장보다 청량감 있는 캐주얼이 잘 어울린다. 데님 블라우스나 데님 팬츠에 블랙 재킷을 걸치는 스타일링은 도시적인 히피펌 룩의 교과서다. 트렌치코트와의 조합도 예상 외로 세련된 그림이 나온다. 히피펌의 무게감을 재킷이나 코트가 잡아주면서 전체적인 실루엣에 균형이 생기기 때문이다.
히피펌, 이것만 주의하면 된다
히피펌을 망치는 가장 흔한 실수는 과도한 노출이다. 풍성한 히피펌과 과감한 노출의 조합은 영화 <귀여운 여인> 초반부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자칫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읽힐 수 있다. 히피펌 자체가 이미 충분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체 노출은 최소화하는 편이 전체 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인다.
대신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자. 이어링, 팔찌, 목걸이 레이어링이 히피펌과 만나면 전체 스타일이 훨씬 풍부해진다. 메이크업은 정돈되게. 히피펌의 자유로운 텍스처와 대비되는 깔끔한 메이크업은 스타일 전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자주 묻는 질문 (FAQ)
히피펌은 어떤 얼굴형에 잘 어울리나요?
히피펌은 볼륨감이 풍성하기 때문에 갸름한 타원형이나 긴 얼굴형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광대뼈가 넓은 얼굴형이라면 옆 볼륨보다 위쪽 볼륨을 살리는 방향으로 펌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히피펌 유지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일반적으로 3~6개월이며, 머릿결 상태와 관리 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컬 전용 에센스와 노푸 샴푸를 사용하면 텍스처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히피펌에 잘 어울리는 의상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보헤미안 무드의 플로럴 원피스, 루즈한 데님, 화이트 린넨 소재의 아이템이 잘 어울립니다. 딱 떨어지는 정장이나 과도한 노출 의상은 피하고, 캐주얼하면서 자연스러운 소재감의 의상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